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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by 미건주 2017. 4. 17.

저자 이영미는 1961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1920년대 대중화 논쟁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을 밟는 대신 마당극과 민중가요가 공연되고 향유되는 진보적예술문화운동과 대학로 연극계에서 평론가와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예술의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발전시켰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그 후부터는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대중예술에 대한 연구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대중예술본색』,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 『한국 대중가요 속의 여성』,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 『구술로 만나는 마당극』(전5권),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부르다』, 『대학로 시대의 극작가들』, 『광화문 연가』,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마당극 양식의 원리와 특성』, 『한국대중가요사』, 『서태지와 꽃다지』 등이 있고, 『김내성 연구』, 『정비석 연구』,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 등을 함께 썼다. 이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해 알아보자. 박정희 시대가 시작된 지는 벌써 60년을 향해간다. 끝난 지도 머지않아 40년이다. 한두 세대가 훌쩍지난 것이다. 시간적 거리로 보자면 박정희 시대는 본격적인 역사 연구의 대상이다. 그런데 여전히박정희 시대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태도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를 거치며 오히려 새롭게 실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며, 박정희 시대는 체험적 생생함과감정적 호불호의 대상이 된다. 그 시대가 지닌 중요성과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그 시대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느낌으로 살아갔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역사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한편 박정희와 대중예술이라는 조합은 우리에게 선입견을 준다. 대마초 사건이니 금지곡이니 하는, 대중예술 통제 정책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 통제 정책은 그렇게 단순무식하지 않을뿐더러, 대중예술이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도 단순하지 않았다. 이 책은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중예술이라는 문화를 매개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보면서, 문화를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으로 폭넓게 보기 시작하면, 역사를 문화로 읽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무슨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중심으로 한 시대를 살펴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대중예술사의 큰 변화는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여줄 만한 새로운 수용자 집단이 성장하고, 여기에 외적 상황의 변화가 계기를 만들어줌으로써 이룩되며, 대중예술 속에 대중의 사회심리나 민심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대중예술의 변화는 정치적ㆍ경제적 상황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예술의 유행과 인기의 변화가 정치사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일은 우연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통찰력을 엿보기 위해 알아야 할 '동백아가씨'의 의미를 알아보자.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1964년 영화 <동백아가씨>의 주제가였는데,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이 인기가 여론을 긴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트로트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와 정착한 것이었음은 상식인데, 겨우 몇 년간 주춤했던 이 경향이 보란 듯이 다시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의 기타 반주는 일본 엔카의 거장으로 통하는 고가 마사오 스타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 이때는 정부가 한일수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온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던 때였다. 영화계는 한일수교 이후에 이루어질 영화 교류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줄 기대감을 은근히 갖고 물밑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졌다. 신문은 앞다퉈 일본 문화의 급작스러운 유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에서 가장 공격받기 쉬운 것은 바로 대중가요였다. 왜냐하면 예술성이라는 권위를 후광으로 업을 수 있는 문학과 달리 ‘시시껄렁한 유행가 따위’로 취급되어온 분야였으므로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동백아가씨>가 표적이 되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대적 전환점은 바로 1971년이다. 청년문화와 포크의 기운이 대중가요계의 판세를 뒤엎기 시작한 것도 바로 1971년이었다. 이해에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 은희의 <꽃반지 끼고> 같은 부드럽고 달착지근하며 아주 단순한 형태의 포크송이 앞장서서 TV 쇼 프로그램에 포크를 안착시켰다. 즉, 조영남ㆍ최영희라는 음대생 가수에 머물고 있던 수준을 넘어서서 1971년을 기점으로 여러 다양한 포크 가수가 TV로 대거 진출하게 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트로트와 스탠더드 팝 가수들 일색이었던 TV 쇼 프로그램에대대적 변화가 이루어졌고, 가요계의 주류 흐름이 흔들렸다. 이해 가요계의 사건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나와 크게 히트했고, 이 노래의 창작자인 김민기의 ‘첫 음반이자 1970년대 유일한 합법 음반’이 나와 <친구> 등의 노래가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남자 가수도 버거울 정도로 크고 장대한 스케일의 <아침이슬>을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광야에’라고 씩씩하고 거침없이 노래하는 ‘여자’는 아주 새로운 존재였다. 이런 여자 가수가 인기 가수가 될 정도로 수요자의 감수성이 변화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한편 1971년 8월 열린 ‘청평페스티벌’은 며칠 동안 포크와 록이 뒤섞인 야외 공연을 벌였는데, 1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경춘선을 타고 몰려들었던 문화적 사건이었다. 청평페스티벌은 신중현부터 키보이스, 히식스 등의 젊은 록그룹, 여기에 조영남부터 시작해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뚜아에무아, 이용복, 양희은, 김민기 등 거의 모든 포크 가수를 포함한 100명에 이르는 가수들이 총출동한 대대적 공연이었다. CBSㆍDBSㆍTBCㆍMBC 등의 방송사와 YWCA의 후원까지 받았다. 방송도 아니고 도시의 음악 살롱 무대도 아니었으니, 표현의 자유로움이 충분히

고양되었다. 김민기는 <검은 지프차> 등의 정치 비판적인 노래를불렀고, 신중현의 록밴드도 이 자리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발표했다. 이 사건들이 하필이면 1971년에 마주쳤으니 우연인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971년 초반은 박정희 정권의 종신 집권 가도에 약간의 틈이 발생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해 4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까지는 정권이 분위기를 완전히 옥죌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이렇게 형성된 그 틈으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축적되며 밀려온 흐름들이 솟아오른 것이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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