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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마흔을 위한 경제학(우종국 지음)

by 미건주 2020. 5. 20.

마흔을 위한 경제학 우종국 지음 북카라반 / 2019년 7월 / 328쪽 / 14,000원

저자 우종국

 

2001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영화판에서 2년을 보낸 뒤 2003년부터 기자를 시작했고, 2005년부터 경제 분야를 다루고 있다. 호기심이 많아 1억 원 넘게 주식 투자도 해보고, 대출을 끼고 아파트도 사보고, 종신보험ㆍ연금보험도 가입했다. 지방 중소기업 공장을 수십 차례 방문했고. 경제와 관련된 책이면 닥치는 대로 읽는다. 글쟁이면서 운좋게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글을 쓰는 동시에 머리로는 그림을 그리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스킬을 연마해왔다. 기자로서 독자에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경제를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까 고민한 결과가 이 책이다.

 

Short Summary

 

한 매체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가혹한 기업의 생리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첫째, 기업은 매년 성장하지 않으면 망한다. 인건비가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고 재료비가 오른다. 성장하지 않으면 곧 한계에 도달한다. 하청 업체를 쥐어짜거나 인력을 구조 조정할 것이다. 성장 동력을 잃은 기업은 갑질을 하게 된다. 둘째, 기업은 전력을 기울여야 겨우 달성할까 말까 한 높은 업무 목표를 임직원에게 던져준다. 허덕이면서 겨우 올해 목표를 채웠는데, 다음 해에 10퍼센트 이상 늘어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마흔 전의 직장도 쉽지는 않지만, 마흔 이후에는 다른 차원의 직장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홑벌이하는 가장이 식구의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듯, 마흔이 넘으면 부서의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 자녀는 공부 열심히 하고, 살림을 맡은 이는 들어온 수입 내에서 알뜰히 가정을 꾸려나가면 되지만, 가장은 늘 돈 문제에 허덕이게 된다. 마흔 이후에는 기업에서 가장 역할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진정한 경제인의 삶이 시작된다. 경제를 가장 잘 이해할 시기지만 안타깝게도 경제는 삶과 먼 곳에서 담을 쌓고 있다. 학교에서 경제를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배우는 바람에 이미 경제는 다 알고 있다거나 경제는 어려워서 알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시중의 경제섹션에 비치된 서적이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재테크 위주라는 점도 경제를 멀리하는 이유다. 박봉에 시달리느라 재테크 할 여유가 없다 보니 경제는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100년도 넘은 경제학과 20년도 넘은 재테크 담론을 보완할 새로운 경제 지식이 필요해서다. 우리가 경제를 배우려는 목적은 지금의 세상을 바라볼 때, 또는 삶의 기로에서 판단을 내릴 때 필요한 경제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다. 둘째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제를 내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는 그래프, 도표, 공식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직접 겪은 경제 관련 경험, 경제를 대하는 마음가짐, 사고의 과정 등을 다룬다.

어쩌면 마흔이 되지 않은 이들은 이 책의 내용에 반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마흔 전은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인간)’호모 소시오(사회적 인간)’의 특성이 크다. 마흔이 넘으면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로 점차 변모한다. 진보적이던 대학생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 보수적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라기보다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마흔 전이라도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세상을 넓게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례

 

머리말 | 미처 몰랐던 마흔의 특별함

 

Chapter 1. 경제학은 모르지만 경제는 알고 싶어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정의는 다르다 /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마흔, 경제를 알기 좋은 나이 / 사치는 악이 아니다 / 40대에게 필요한 경제학

 

Chapter 2. 무소유의 역설, 자유의 반전

무소유의 삶은 가능할까? / 쏘나타가 주는 자유 / 지옥으로 변한 전원주택

아파트는 욕망의 덩어리일까? / 많이 팔린 자동차를 사는 이유 / 황금돼지띠의 기막힌 운명

언제까지 아파트로 돈 벌 수 있을까? / 경제학을 공부해도 경제를 알 수 없는 이유

 

Chapter 3. 부동산과 주식으로 배우는 경제

나의 아파트 구매기 /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 호의와 의무 그리고 허무한 선행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 왜 블루칩에 투자해야 하는가? / 주식 투자를 망치는 것

대한민국 부동산은 폭락할까?

 

Chapter 4. 기분을 파는 사람이 위너

완성도가 중요하다 / 한국 제조업의 장점과 한계 / 기분을 파는 시대 / 가격의 기분 요소

기분은 비합리적일까?

 

Chapter 5. 마르크스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마르크스적 노동가치론의 붕괴 / 1등만 살아남는 세상 /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

돈이 취향일 뿐인 사회 / 디자인 경영이란? / 취향 때문에 벌어진 일

왜 나이키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없을까? / 텔레비전 광고가 변한 이유 / 검은 황금, 석유의 배신

시골 빵집에서 문화를 굽다 / 마니아 시장과 블루 오션 / 왜 문화 가치는 만들기 어려울까?

우리는 기분에 돈을 쓴다 / 기분의 조건 /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비결

 

Chapter 6. 마흔이 맞이할 세상

35시간 근무를 하려면 / 누가 먹이사슬의 정복자가 되는가? / 기분과 브랜드의 차이

영어 간판이 많아진 이유 / 왜 농사로 큰돈을 벌기 힘들까? /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세요?

너나 가세요, 중동 / 다이소가 잘나가는 이유 / 공채가 사라지는 이유

40대는 문화적 가치를 알아야 한다

 

Chapter 7.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보는 한국 사회

현실의 4차 산업혁명 / 이제 인간은 필요 없을까?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오해

30년 내에 통일이 불가능한 까닭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 패션은 옷으로 하는 자기 소개서

장비빨을 위한 변명 / 노동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협동조합은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오너 경영인 vs. 전문 경영인

배려의 수준이 문화의 수준

 

내용요약

 

Chapter 1. 경제학은 모르지만 경제는 알고 싶어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정의는 다르다

 

<사례> 중저가 패션 업체를 경영하는 A씨는 재고로 남은 가방을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사회단체를 통해 가방을 전달한 뒤 A씨는 아저씨, 아줌마 가방처럼 생겨서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들었다. 호의가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진 A씨는 기부를 중단하고 가방을 폐기했다.

위의 사례에서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는 A씨의 선한 의도를 철없는 아이들이 무시한 것일까? 가방을 전달받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안 그래도 옷과 신발 때문에 기가 눌려 지내는데, 가방까지 볼품없어 보이는 것을 메고 다니면 놀림을 받을 것 같아 걱정되지 않을까? 비싼 가방을 메지는 못해도 마음에 드는 것, ‘없어 보이지 않는것을 갖고 싶지 않을까?

지금은 취향의 시대. 배고파서 슬픈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해서 슬프다. ‘가방이 없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예쁜 가방을 메지 못해서 슬프다. 월급이 적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친구ㆍ동창ㆍ친척보다 월급이 적어서 슬프다. 배고파 죽는 사람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4,000명가량 되는데, 자살자는 그보다 3배 이상 많은 15,000명쯤 된다. 하루에 41명씩 자살하는 꼴이다.

사회적 정의로 판단하면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A씨의 선의를 학생들이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학교 친구들의 멸시가 공포다. A씨가 학생들의 심리를 고려했다면 조금 더 좋은 가방을 보내주었어야 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얻는 것이 경제적 정의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고전 경제학의 시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전 경제학은 안타깝게도 공급이 부족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구두는 발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취향보다는 튼튼함이 우선이었다. 그것도 없어서 못 신었다.

40대 이상이라면 만화 <검정고무신>을 기억할 것이다. 1992~2006년 만화 주간지에 연재되었던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못살던 시절의 어린이가 주인공인데, 제목 검정고무신은 그 시절 경제ㆍ사회의 상징물이다. 1900년대 초기에는 비싼 가죽 신발이나 저렴한 짚신 말고는 신발이 없었다. 화학공업이 발달하면서 나온 고무신은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고무신이 나오자 여러 업체가 고무신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모양이 거의 비슷했다. 당시는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신발의 목적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지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발이 발을 보호하는 기술적 단계는 넘어섰다. 튼튼함보다 이 신발은 나에게 잘 어울리겠구나하고 생각하면서 구매한다. 고전 경제학에는 취향의 개념은 없지만, 한계효용의 법칙이나 수요라는 개념으로 취향을 반영한다. 반면 마르크스 경제학에는 취향의 개념이 없다. 고전 경제학은 공급과 수요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반면, 마르크스 경제학은 생산력, 생산관계로 논리를 전개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 중에 인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태국에서 만들어진 브랜드가 있는가? 신발을 구매하는 이유에는 기능기분이 있다. 동남아시아 공장은 기능은 잘 만든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유명 브랜드의 신발은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베트남’,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기능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것이지만, ‘기분은 미국, 독일 등의 것이다. 고도로 자본주의화가 진행된 지금의 시대는 기술적으로만 잘 만든다고 회사나 나라가 발전하지 않는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대부분 사회적 사건, 예를 들어 살인ㆍ성범죄ㆍ성매매ㆍ사기ㆍ도박ㆍ납치ㆍ협박ㆍ강도ㆍ방화 등은 선악의 판단이 명확하다. 사건을 인지한 순간 옳고 그름의 판단은 끝난다. 반면, 경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프라이드치킨 가격을 올리면 기업이 이익을 늘리려고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맹점주 또한 서민이다. 그들도 임대료를 올려주어야 하고 직원 월급을 올려주어야 한다. 구조 조정 요구에 직면한 회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직원 일부를 해고하고 회사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해고 대신 회사를 청산할 것인가.

경제 문제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어떤 판단을 내리든, 이익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익을 보는 집단을 최대화하고 피해를 보는 집단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생기지 않게 하려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선택의 문제가 있을 때, 대화와 토론으로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민주 사회의 방법이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타협이 쉽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다.

자신이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 보유세ㆍ종부세 인상에 반대할 것이다. ‘가난한 서민이 집을 사려면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면 안 되므로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할 수는 있겠지만, 그 부담이 자신에게 온다면 반대 입장에 설 것이다. 또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더라도 자기 집 주변에 공장이 들어선다면 극렬히 반대할 것이다. 그 피해는 자신이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 문제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세력 대 세력의 대결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Chapter 2. 무소유의 역설, 자유의 반전

 

무소유의 삶은 가능할까?

 

중학생 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감명 깊게 읽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마음을 어지럽히니, 무소유로 마음의 자유를 찾자는 내용이었다. ‘무소유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싫어한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물질적 욕망의 상징이다.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이라는 말은 아파트를 부의 척도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발이다.

물질적 욕망의 상징인 아파트의 대안으로 색다른 주거 공간을 모색하는 사람도 많다. 도시의 번잡함이 싫어 교통이 불편한 한적한 변두리의 허름한 집을 사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고 할 때다. 결혼ㆍ이직ㆍ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이사하려고 집을 내놓을 때 대중적 취향이 아닌 집은 도통 나가질 않는다. 처분하고 싶을 때 곧장 처분이 안 되니, 그 집에 발목이 잡힌다. ‘전세로 살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 나가려고 했더니 새로운 새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집주인이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렸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세입자가 소송을 내어 집을 경매에 넘긴다. 그런데 경매조차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 몇 번 유찰되고 최초 감정가의 절반 가격에 낙찰이 되어, 세입자는 전세금의 절반밖에 건지지 못한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였다면 집을 내놓는 순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금방 팔릴 것이고, 불황일 때조차 상품 가치가 좋다면 쌀 때 사두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장 필요해서 사려는 것이 아니어도 사 놓으면 가격이 오르겠지라는 잠재적인 수요도 많다. 이런 아파트는 이사 가고 싶을 때 언제든 이사를 갈 수가 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물질에 매이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고 싶다면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려고 아파트 아닌 집에서 살았는데, 이사 갈 때 팔리지 않으면 집에 매이게 된다. 욕망의 상징인 아파트를 피해 무소유의 삶을 살려 하면 물질에 매이게 되고, 아파트에 살았더니 물질에 매이지 않고 가볍게 살 수 있다. 무소유의 역설이다.

 

Chapter 3. 부동산과 주식으로 배우는 경제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삼성전자 실적이 떨어질 것이다”, “아니다 오를 것이다라는 예측이 난무한다. 실적 발표일이 되자 삼성전자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가 폭락할 것 같았는데, 하루 이틀 주가가 하락한 뒤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왜일까?

경제주체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실적이 좋을지, 나쁠지 불확실하면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언급한 순간부터 한 달 동안 부동산 거래가 뜸해진다. 마침내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가격이 하락하기는커녕 오르기 시작했다. 이 또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투자자는 나서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은 하락하거나 정체된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론이 나면 시장은 움직인다. 마치 취업에 실패한 취업 준비생이 다음을 기약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도 팀장이 불확실성을 줄일수록 팀원의 자율성이 커진다. 팀장은 너그럽고 자율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판단하면 팀원은 팀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너그러운 팀장이 되고자 해도 불확실성을 무기로 팀원을 쥐락펴락한다면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시장도 조직도 참여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한창 주식 투자를 하면서 투자 총액이 1억 원을 넘던 때가 있었다. 2~3퍼센트만 올라도 수익은 200~300만 원이었다. 매일 사고파는 데일리 투자는 아니었고,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면 팔았고 내릴 만큼 내렸다고 생각하면 샀다. 2~3회 정도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하늘도 모른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되어 팔았는데 며칠간 더 오르는 경우가 많다. 내릴 만큼 내렸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추가로 하락하면 더 기다렸다가 살 걸하며 후회가 막심해진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하다보면 내려가다가도 오르고, 오르다가도 내려가는 것이 주가임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시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무덤덤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를 잘하려면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투자액의 10퍼센트 손실이 나면 무조건 손절을 한다는 원칙 같은 것인데,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장부상으로 1,000만 원 손실을 봤더라도 언젠가 주가가 다시 올라 손실이 만회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파는 순간 1,000만 원은 진짜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손절 원칙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판단을 내릴 때가 내게는 딱 한 번 있었다. KTX를 타고 지방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가에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자고 큰마음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실행에 옮겼다. 시골 국도 주변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밥을 먹는지 모래를 씹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속이 쓰렸다. 실연의 상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과연 나는 주식 투자를 할 만한 사람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했다. 그 이후 주식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Chapter 4. 기분을 파는 사람이 위너

 

기분을 파는 시대

 

식당에서 파는 음식의 가격을 분석하면 기능적 가격과 기분적 가격으로 나뉜다. 된장찌개와 파스타를 비교해보자. 흔한 밥집에서 된장찌개를 시키면 밥과 찌개 외에 김치, 콩나물, 콩자반 등 다양한 반찬이 나온다. 직원을 불러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더 가져다준다. 인건비 비싼 사람을 콩나물 하나 가져오게 하려고 두 번이나 걸음을 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파스타는 대부분 된장찌개보다 비싸게 팔린다. 두 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 파스타도 맛있게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들지만, 파스타가 된장찌개의 두 배 가격을 받을 만큼 재료비가 많이 드는가? 공정이 복잡한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선택지가 된장찌개와 파스타만 있다면, 데이트할 때 파스타를 먹으러 가지 된장찌개를 먹으러 가지 않는다. 파스타집은 인테리어, 가구, 집기류가 유럽 스타일이다. 외국에서 식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데이트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된장찌개 집도 그런 인테리어를 하면 되지 않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맞다. 인테리어가 세련된 된장찌개집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파스타 가격만큼 받는다. 똑같은 된장찌개인데 판매하는 가게가 허름하면 싸고, 세련되었다는 이유로 비싸다면 가격 차이는 기분때문이다.

스타벅스 원가는 500이라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원가가 아니라 재료비겠지만, 스타벅스에서는 500원짜리 커피를, 4,000원 넘게 받는데도 주말 오후 피크 타임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다. 500원 들여 만든 커피를 4,000원 넘게 주고 사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 것일까? 스타벅스에 가면 맛도 보장되지만 특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데이트를 하든, 공부를 하든, ‘멍을 때리든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면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기분을 파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자리를 파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다른 커피 전문점도 커피 마실 자리를 판다. 그런데 왜 다른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스타벅스를 찾는 것일까? 스타벅스는 커피를 비싸게 팔아도 장사가 되고, 다른 가게는 싸게 팔아도 고객이 잘 오지 않는다. 아주 싸게 팔아야 그제야 손님이 온다. 소비자가 기능만 원할 때는 기분에 대한 대가를 배제하지만, ‘기능기분을 동시에 소비할 때는 최대한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기분은 팔리지 않는다.

 

Chapter 5. 마르크스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마르크스적 노동가치론의 붕괴

 

상품의 가격은 만드는 데 든 노동 시간에 수렴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노동 가치론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성수동 구두 공방 장인이 구두를 만드는 시간과 이탈리아 장인이 구두를 만드는 시간은 비슷하다. 그런데 가격 차이는 10배가 넘는다. 이탈리아 장인이 10배의 시간을 투입해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것은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열광할 디자인으로 만들면 동일한 노동 시간을 들여도 훨씬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성수동 구두 공방 장인의 정신노동 시간과 이탈리아 장인의 정신노동 시간이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날까? 이때의 정신노동은 개인이 아니라 그 사회가 축적한 문화적 가치에서 나온다. 여기서 마르크스 경제학과 현대 자본주의 경제학의 괴리가 발생한다. 현재는 상품의 가격이 노동 시간에 수렴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은 공급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택가 시장에서 1톤 트럭에 신발을 잔뜩 싣고 와서 파는 노점상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시장표신발도 트렌드가 있어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제품과 유사한 모양으로 만든다.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로고만 제외하면 소위 메이커신발과 비슷하다. 주시할 점은, 나이키 신발은 10만 원인데 나이키 로고 없이 비슷하게 생긴 신발은 1만 원이라는 점이다. 나이키 신발이 더 꼼꼼하게 만들어졌으니 노동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배나 차이가 날 정도일까?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나이키가 소비자의 기분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9만 원의 가격 차이는 기분에 대한 가격이다. 유통 마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사는 가격에 집중해서 보자. ‘기분이 중요해진 이유는 공급이 지나치게 과잉되었기 때문이다. 살 수 있는 신발이 너무 많아져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기능도 좋아야 하지만 디자인이 뛰어나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에 들면 비싸도 팔리고, 소비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싸도 팔리지 않는다. 팔리지 않으면 노동 시간을 아무리 투입해도 그만한 가치를 벌 수 없다. ‘기능보다 기분이 중요해진 이유다.

 

1등만 살아남는 세상

 

문화 상품의 특징은 한계생산비용이 0에 가깝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낼 때 처음에는 디자이너ㆍ교열자ㆍ마케팅 직원ㆍ판매 직원 등의 인건비가 든다. 책 한 권당 원가 비중이 크다. 하지만 2쇄를 찍을 때는 종이 값과 인쇄비만 든다. 그래서 많이 팔릴수록 이익이 커진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배우 개런티, 스태프 임금, 제작 비용 등을 만회하는 손익분기점부터의 수입은 모두 이익이다.

제조업 상품도 점점 문화 상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샵에서 파는 인형과 동네 뽑기 기계에서 뽑은 동일한 크기의 인형을 비교해보자. 카카오프렌즈라는 브랜드를 달면 4만 원, 뽑기 기계에서 뽑은 인형은 4,000원쯤 될 것이다. 카카오프렌즈 인형의 재질과 품질이 더 좋지만 그것만으로 가격이 10배 차이 날 정도일까? 카카오프렌즈 인형은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의 결과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업 제품이 문화 상품화되는 이유는 기술의 발달로 제조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기계화, 아웃소싱, 해외 공장이다. 3가지 요소로 생산 비용을 줄임으로써 상품의 단가는 점점 낮아진다. 반면 인간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문화적 가치는 높아지므로 가격이 점점 오른다. 지금의 생산공정에서 단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업의 판도가 변했다. 그전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손 기술에 따라 기계공업의 품질이 달라졌다. 정밀하게 기계를 깎는 수준에 있어 한국이 독일이나 일본을 따라잡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CNC 머신이 발달하면서 3차원 도면을 입력하면 독일ㆍ일본 장인의 솜씨보다 적은 오차 범위에서 정밀하게 부품을 깎아낼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가전제품이 일본 제품을 앞서고, 한국 자동차가 독일ㆍ일본과 동등한 수준에 이를 수 있었던 비결이 제조업의 디지털화다. 디지털화 이후 제조업 상품 경쟁력은 기계를 정밀하게 깎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상품 기획과 서비스 능력 즉, 문화적 가치에서 나오게 되었다.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의 가치가 높아졌다. 자동차 메이커는 개발만 하고 생산은 아웃소싱해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조업 상품이 문화 상품처럼 바뀌면, 1등 선호 현상이 심해진다. 모두 1등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등만 살아남기 때문에 1등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하지만 1등의 독점적 지위는 오래가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경쟁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뛰어난 2등이 나와 1등에게 도전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제품은 사이클이 있다. 처음 어떤 제품이 나오면 독점적 지위로 공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얼마를 부르든 살 사람이 있다. 그렇게 시장에서 성공하면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경쟁품에는 오리지널만큼 소비자가 열광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품은 가격경쟁을 시도한다. 독점적 지위에 오른 업체는 시장을 확장하려고 보급형 제품을 내놓는데, 경쟁자가 이미 보급형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역시 가격경쟁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다. 몇 년 지나면 오리지널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져 시장은 혼탁한 레드 오션이 된다. 그전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그 회사는 일회성 성공만을 남기고 업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독점 기술이 있으면, 경쟁자가 따라오는 데 10년 넘게 걸리기도 했다. 지금은 기술이 상향평준화되어 있고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주는 아웃소싱 업체도 많다. 부품을 제조하는 아웃소싱 업체도 매출을 늘려야 하므로, 한 업체에만 납품할 수 없다. 바디프렌드에 납품하는 모터 회사는 경쟁사에도 모터를 판매하려 할 것이다. 기술 독점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다.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절감은 지금의 산업 구조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다 보면 모두 비슷한 원료와 재료로 경쟁한다. 승부를 가르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기분’, 즉 문화적 가치다. 문화적 가치가 중요해지면 1등에 집중하는 현상이 강화된다. 이런 식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비결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결말은 이러하다. 자본주의의 생산력이 극한으로 발달하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갖추었기 때문에 더는 구매할 것이 없고, 생산된 물건이 소비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대규모 도산이 온다. 이어 공황이 닥치고 자본이 붕괴된다. 그러고 나면 사회적인 협의에 의해 필요한 만큼만 만들게 되는 단계가 온다. 그러면 노동자는 뼈 빠지게 일할 필요 없이, 조금만 일하고도 풍족한 삶을 살면서 취미를 즐기며 살 수 있게 된다. 생산력이 높아지면 100년 전에 10시간 일해서 만들어낼 제품을 1시간 만에 만들 수 있으니, 1시간만 일해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계획경제, 즉 사회주의 경제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상품에 내재된 기분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상품에 포함된 기분에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맞는 경제 제도라는 보수 진영의 말에 진보 진영은 사회적 제도는 경제적 토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마르크스의 말로 반박한다. 경쟁과 보상은 자본주의 경제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경쟁과 보상이 없다면 사람들이 물질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처럼 끝이 나지 않는 다툼이므로 이론적 논쟁은 소모적이다. 대신 그간의 역사와 현실을 기반으로 분석하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하나 있고, 그 나라에서 모든 국민에게 자동차를 한 대씩 무상으로 나누어준다고 가정해보자. 4일 근무로 하루에 자동차 1만 대를 만든다. 1년은 52주인데, 명절을 제외하고 50주라고 보면 1년 자동차 생산량은 200만 대다. 4,000만 명에게 나누어주려면 20년이 걸린다. 20년 전 개발된 자동차가 이미 모든 국민에게 보급된 상황에서, 새로 개발한 자동차는 순차적으로 보급해주기로 한다. 누구에게 가장 먼저 주어야 할까? 20년 전 자동차를 처음 받은 순서대로 나누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형 모델을 마지막으로 받은 사람은 신형 모델을 가장 마지막에 받아야 한다. 그 사람은 늘 가장 마지막에 신형 모델을 받게 된다. 결국 남들은 신차를 타는데 나만 옛날 차를 타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불만이 생긴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업계를 보면 대략 5년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신차가 나와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화제를 모으고 판매가 늘어난다. 새로운 모델은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경쟁이 없다면 새로운 모델 출시 주기를 빠르게 할 이유가 없다. 만일 법으로 자동차는 한 종류만 판매하도록 강제하면 어떻게 될까? 경쟁자가 없다고 가정하고 중형차는 쏘나타, 준중형 차는 그랜저 외에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법으로 독점을 인정하자는 소리다. 자동차 회사는 굳이 힘들여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골 모델을 몇 십 년 동안 팔 것이다. 경쟁이 없으므로 자동차 가격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비싸게 사야 한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쿠바나 북한이 이런 식으로 계획경제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해왔지만,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낭비를 줄이고,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느린 경제체제를 유지했지만 국민소득만 낮아졌다. 북한이 자동차를 한 모델만 생산하고 신차 개발을 하지 않는 동안, 자본주의 국가들은 수십 종의 차를 생산하고 개발 기간을 줄였다. 수십 년이 지나자 상품 경쟁력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마르크스는 생산력이 극도로 높아지고 공급이 급속히 늘어나 재고가 쌓이면 자본주의가 망할 것이라고 보았지만, 자본주의는 계속 새로운 즐길거리를 내놓아 소비를 자극한다. 마르크스의 예견은 기능에 한정된 것이다. 기능적으로 보면 지금 더는 새로운 상품ㆍ서비스가 개발될 필요가 없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기분으로 끊임없이 소비를 창출한다. 스타벅스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열광은 사치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원리가 있다. 기업이든 자영업자든 이러한 기분’, 즉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내놓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Chapter 6. 마흔이 맞이할 세상

 

40대는 문화적 가치를 알아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문화적 가치를 알아야 한다. 40~50대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동종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경력을 살리지 못한다면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 직원과 다를 바 없다. 신입 직원 채용을 두고 40대가 20대와 경쟁할 수 없다. 40대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도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한다.

1인 기업 또는 프리랜서로 나서든, 창업을 하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20대처럼 조직의 손발역할을 거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머리역할을 해야 한다. 치킨을 만들어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종업원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장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 부장으로 연 1억 원 넘게 벌었어도, 치킨집 막내 직원이 되면 연 3,000만 원도 못 받을 수 있다. 1억 원 넘는 연봉 수준을 유지하려면 창업을 해야 한다. 치킨집 경영으로 연봉 1억 원을 벌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새로운 인생을 손발이 아닌 머리로 시작해야 한다면, 은퇴 전 머리에 대한 문화적 소양을 쌓아놓아야 한다. “창업은 은퇴 전부터 준비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커피점을 하고 싶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러 갈 것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면서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세상 물정을 파악하는 눈치가 발달한다. 시행착오를 해도 깨닫고 고치는 속도가 빠르다. 지금까지 일하며 쌓은 완성도에 대한 개념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완성도를 추구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반면 그간 쌓아온 경험과 사고방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평생 자신을 꾸미지 않고 살아온 사람에게 서비스업을 하려면 자신을 꾸밀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해도 패션과 메이크업에 신경을 쓰기는 쉽지 않다.

 

Chapter 7.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보는 한국 사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오해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54승으로 이기면서 4차 산업혁명 이슈가 불붙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인건비를 절감해 생산 단가를 더욱 낮추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로, 2차 산업혁명은 전기로, 3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로 인건비를 절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것은 인공지능ㆍ자동화ㆍ로봇ㆍ사물 인터넷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해 판매자의 입장에서 비싸게 팔겠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이라면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자동화라면 지멘스, 로봇이라면 쿠카나 화낙 등의 회사가 대표적이다. 한국 업체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기존 생산 시스템에 접목할수록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줄어든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개발ㆍ판매 분야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가능할지 미지수다. 매년 누적 보급 대수가 2배로 늘고 있는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60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생산과정이 단순해 생산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노동조합이 강력해 전기 자동차 대량 보급 시기에 저항이 올 수 있다. 그 와중에 중국 자본이 군산 등에 대규모 전기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의 스마트 공장 정책을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은 판매자보다는 소비자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자동화 기술을 갖출 기술과 자본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그런 중소기업에 정부가 자동화 설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스마트 공장 정책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자동화를 하려면 자동화에 익숙한 인력을 뽑아야 한다. 아니면 기존 인력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이는 70세 노인에게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만큼 어렵다. 자동화에 익숙한 엔지니어는 이미 대기업이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갔다. 중소기업 공장의 생산 인력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자동화 설비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니 거액을 들여 설비를 도입해도 기계를 꺼버리고 기존 방식대로 하는 공장이 많다고 한다.

 

배려의 수준이 문화의 수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을 방문했을 때 놀란 것이 있다. 한국과 운전 문화가 너무나 달랐다. 불법 주차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한 발짝만 디뎌도 양쪽 차선에서 오던 차들이 정지한 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국은 반대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내밀 기미만 보이면 차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올린다. 보행자 때문에 주행을 방해받기 싫어서다. 어쩔 수 없이 보행 신호에 멈추더라도 질주 본능은 멈추지 않는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차들이 슬금슬금 앞으로 움직인다. 30초도 안 되어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일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차 앞을 지나자마자 뒤꿈치를 스칠듯이 서두른다. 1초의 여유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운전자들은 그래도 사람이 지나갈 때 차를 세웠잖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고가 많고, 보행자는 좀처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배려의 수준이 곧 제조업의 수준이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불편함을 배려하는 노력이 제품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 부분이 불편할 테니 개선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 명품이 된다. ‘뭐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저 그런 제품이 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도 완벽한 사회가 아니므로, 배려가 없는 운전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 반면 한국은 배려가 없는 운전자가 다수다. 중국ㆍ인도는 배려라는 것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운전 문화 수준이 그 나라 산업 수준과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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