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자 김태수
특허, 디자인, 브랜드에 푹 빠져 살고 있는 변리사. 지식재산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강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제48회 발명의 날’에 발명장려유공자로 특허청장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가 쓴 『특허 콘서트』는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임에도 ‘2016 세종도서 교양부문’과 ‘2018 대한민국 독서토론 논술대회 지정도서’로 선정되었다. 또한 네이버 디자인판과 카카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나의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드는 법》 등에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여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최근 삼성과 애플의 글로벌 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허권’, ‘디자인권’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7년 1월 스티브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아이폰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Boy, have we patented it!"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폰의 모든 것을 특허화 했으니 모방하지 말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애플은 휴대폰 기술을 개발한 적도 없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휴대폰 분야에서는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밀어서 잠금 해제, 바운스 백과 같은 유저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등록시키는 동시에,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디자인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아이폰 자체를 표상하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애플의 ‘재산’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기업도 아이디어, 디자인, 브랜드라는 지식재산으로 사업을 지켜 내는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추격이 턱밑까지 와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미국, 일본은 차례로 지식재산권을 이용하여 국가 경쟁력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등 신흥국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면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시대입니다.
우리가 이루어 낸 혁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 중심의 혁신과 디자인 중심의 혁신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기술 중심의 혁신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왔지만, 기술이 상향평준화되거나 제조 경쟁력이 낮은 분야에서는 디자인 중심의 혁신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 자체가 중요한 제품이든 디자인이 중요한 제품이든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제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힘이 됩니다. 이때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드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허권과 디자인권으로 사업을 지켜 낼 수 있을 때,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혁신을 지켜 주는 지식재산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기획되었습니다. 특히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사례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이하여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한국 기업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들어 혁신을 지켜 내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최대한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되고 접근이 쉽도록 선별하였습니다. 에스보드, 아이폰, 마법천자문, 날개 없는 선풍기, 파리바게뜨의 치즈 케이크, 크로스 신발 등의 사례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고, 이렇게 재산이 된 지식재산권을 통하여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장에서는 기술 중심의 혁신 사례로 에스보드를, 디자인 중심의 혁신 사례로 라비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고, 3장에서는 특허권이 어떻게 해석되고 활용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4장은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드는 방법과 디자인권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5장은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평가하여 포트폴리오를 관리함으로써 지식재산을 경영에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내용입니다.
▣ 차례
prologue_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성공할 당신을 응원합니다
chapter 1 대한민국의 창의적인 혁신 역량은 뛰어나다
01 노숙자 출신 강신기 사장, 에스보드로 부활하다 / 02 토끼 모양 ‘라비또’, 깜찍한 디자인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 03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하자
chapter 2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보호가 우선이다
01 코카콜라, 130여 년 동안 맛의 비밀을 지켜 내다 / 02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가 애플 특허를 무효로 만들다 / 03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마법천자문》이 발행되다 / 04 다이슨, 강한 특허로 혁신 제품을 지켜 내다 / 05 아마존, 악명 높은 ‘원클릭’ 특허를 인정받다
chapter 3 특허, 혁신의 중심에 우뚝 서다
01 다이슨의 강한 특허권,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 02 구글, 록스타의 7개 패밀리 특허로 공격받다 / 03 노키아, 특허 괴물로 변신하다 / 04 3D 프린터 특허권의 소멸을 손꼽아 기다리다 / 05 노바티스, 특허권의 불로영생을 꿈꾸다 / 06 특허맵, 연구개발의 길을 안내하다 / 07 서울반도체, 니치아와의 특허 분쟁에서 승리하다
chapter 4 디자인, 혁신의 또 다른 중심이 되다
01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도 보호될까? / 02 파리바게뜨,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치즈 케이크를 판매하다 / 03 디자인권, 내가 가지기도 싫고 남이 가질까 봐 걱정된다면? / 04 다이슨, 한국 디자인권을 확보하지 못하다 / 05 크록스, 부분 디자인으로 폭넓은 권리를 확보하다 / 06 애플, 애플워치 화면에 보이는 디자인을 등록하다 / 07 디자인은 도면에 의하여 정의된다
chapter 5 지식재산은 우리의 미래다
01 퀄컴, 특허 경영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 02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 / 03 질레트, 남성다운 소리와 느낌을 주는 포장까지 특허로 등록하다 / 04 IBM, 기술 창고를 개방하다
epilogue_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재산으로 만들고 성공한 사람들
▣ 내용요약
chapter 1 대한민국의 창의적인 혁신 역량은 뛰어나다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하자
사실 특허권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혁신이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특허권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은 모방이 뒤따르기 때문에, 혁신을 지켜 내기 위해 특허권은 필수적이며 특허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디자인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디자인은 모방이 매우 쉽기 때문에, 디자인권은 사업을 지켜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하려면 단순히 발명했다거나 디자인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혁신 제품은 수요자의 욕구에 부응할 때 탄생합니다. 「Innovate America」라는 보고서에서, 혁신은 단순히 공급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수요가 공급의 접점에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공급자인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도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에스보드 첫 제품이 나오자 강신기 사장은 가족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큰 아들이 즐겁게 에스보드를 곧잘 타는 모습을 보며, 강신기 사장은 사업화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었으니 혁신이 완성된 것입니다. 강신기 사장이 일관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즐거움, 디자인 등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즉, 단순히 발명하고 제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바로 혁신입니다.
따라서 혁신은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제품을 ‘사업화’해야만 창출될 수 있습니다. 혁신의 본질은 사업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허권과 디자인권도 사업화와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결실을 맺는 순간, 혁신과 특허는 불가분의 관계가 됩니다. 혁신 제품이 나오기까지 들인 비용과 노력에 대해, 특허권과 디자인권은 보호막을 제공합니다. 만일 혁신 제품이 될 수도 있는 발명이나 디자인을 권리로 등록하지 않으면 그 제품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모조품과 저가 공세에 휘말리게 됩니다.
강신기 사장이 에스보드를 사업화 하는 과정을 살펴보죠. 강신기 사장이 청년 발명가로부터 특허를 양도받아 혁신제품을 탄생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도식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혁신 시스템’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혁신 시스템은 연구개발에서 나온 발명을 특허권으로 만든 후 사업화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특허 제도는 아이디 단계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혁신 시스템을 뒷받침해줍니다. 특허권자는 직접 사업하지 않고 특허 라이선스를 통하여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특허권자가 직접 사업화할 수도 있습니다. 특허권 또는 사업화를 통하여 얻은 수익은 연구개발에 다시 투입됩니다. 결국 혁신 시스템의 선순환 구조는 기술 주도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권도 혁신 시스템에서 특허권과 같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라비또처럼 디자인권으로 토끼 모양의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이 보호받고, 여기서 나온 수익은 머그컵, 빈백 소파, 유아용 의자, 케이블 홀더, 모니터 메모보드의 디자인을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은 충분합니다. 에스보드와 라비또의 스마트폰 케이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혁신 역량에 특허권과 디자인권이 결합된다면, 혁신 시스템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여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하기 위해 지식재산제도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혁신 제품이 시장에 출현하면 경쟁을 촉진시킵니다. 그 예로 강신기 사장의 성공 신화를 들 수 있습니다. 에스보드는 스케이트보드 분야에 인기몰이로 이어져 경쟁 기업들도 유사한 제품을 수없이 쏟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파생기술들을 발명하고 특허를 신청하게 됩니다. 혁신 제품을 모방하고 개량하는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개량을 넘어서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에스보드와 관련하여, 2002년 1건의 특허 신청이 나타난 이후 2006년 49건이 신청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신청 건수가 증가하였습니다. 2007년 특허청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관련 분야 전체의 신청 91건 중 77건(85%)이 에스보드 제품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특허 제도의 순기능으로, 혁신의 결과물인 새로운 제품은 개선된 발명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데 기여합니다. 특허 신청 건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혁신 제품이 소비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허는 또 다른 발명을 낳습니다. 물론 특허가 또 다른 발명을 낳게 되어 기존의 특허권자는 다소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특허권이 여러 기업에 분산되고, 특허권이 독점권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 전체에 이로운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라비또가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을 활성화시키자, 많은 사람들이 동물 캐릭터 디자인을 결합한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이 토끼, 동물 귀, 돼지, 펭귄 등 다양한 동물 캐릭터와 결합되어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은 혁신 제품은 경쟁을 촉진시키고 또 다른 발명과 디자인을 낳게 하는 순기능을 하게 됩니다.”
마이클 골린 교수가 ‘이노베이션 숲(Innovation forest)’이라는 이미지로 혁신의 사이클을 설명했듯이, 하나의 특허가 또 다른 발명을 만들어 냄으로써 많은 특허들이 모여 숲을 이룹니다. 특허라는 숲속에서 다른 발명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조성되어 다양한 성장 단계의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 상표 등의 지식재산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됩니다. 결국 혁신 역량이 혁신 시스템을 통하여 울창한 지식재산 숲을 조성하고 비옥한 혁신 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혁신 시스템과 울창한 지식재산 숲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에는 훌륭한 경제 성장의 동력임이 틀림없습니다.
chapter 2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보호가 우선이다
아마존, 악명 높은 ‘원클릭’ 특허를 인정받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을 떠올리면 원클릭 기술이 먼저 떠오릅니다. 원클릭 기술이란 한 번의 클릭에 의하여 미리 저장해둔 정보들을 이용하여 주문을 완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클릭 기술이 특허로 등록되자, 사람들은 비독창적인 소프트웨어 특허라며 많은 비판을 하였습니다. 이런 비판의 이유는 원클릭 특허가 온라인 서점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원클릭 특허는 모든 온라인 결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원클릭 특허는 끔찍한 존재였지만, 소비자들은 편리한 원클릭 기능 때문에 아마존을 점차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에 맞서, 거대 서점인 반스 앤드 노블은 원클릭이 아닌 ‘투클릭’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기 위해 두 번 클릭하는 방식으로 ‘익스프레스 레인’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버튼을 추가한 것으로 아마존의 특허를 피하진 못했습니다. 원클릭 특허가 등록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아마존은 당시의 거대 서점인 반스 앤드 노블을 제소했습니다. 1999년 12월 법원은 원클릭 특허를 인정하면서 반스 앤드 노블에게 익스프레스 레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습니다. 2002년 아마존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법정 공방은 막을 내렸지만, 반스 앤드 노블은 원클릭 특허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아마존의 원클릭 특허의 위력만 확인해준 셈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유사 상품이나 서비스로 인해 비즈니스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원클릭 특허는 이러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마존이라는 신생기업이 반스 앤드 노블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었던 무기는 특허권이었습니다. 아마존의 원클릭 특허는 온라인 서점의 진입 장벽을 만들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허 제도는 대형 기업이 가지고 있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신생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기존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신생 기업에게 비즈니스 방법과 관련된 특허권은 소비자를 유인하고 사업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원클릭 특허는 ‘한 번의 클릭으로 물건을 주문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비즈니스 방법은 특허 받을 만한 것일까요? 전통적으로 비즈니스 방법은 하나의 경제 법칙으로 인식되어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자 상거래 방식이나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인터넷에서 비즈니스 방법을 구현하는 것이 과연 특허의 대상인지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비즈니스 방법 관련 특허는 정보통신기술과 비즈니스 방법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정보통신기술은 특허의 대상이지만, 비즈니스 방법은 특허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결합된 형태는 특허의 대상일까요, 아닐까요?
특허 제도에서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의 대상이 되려면 산업적으로 유용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 이어지다가, 마침내 1998년 미국에서 펀드 운용과 관련된 특허의 유효성 여부를 다툰 스테이트 스트리트 사건을 계기로 비즈니스 방법은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추상적인 비즈니스 방법 그 자체에 특허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구체적으로 비즈니스에 유용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 결과물에 특허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러한 결론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세상이 변하자 인터넷 관련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하여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입니다.
악명 높은 원클릭 특허는 미국 특허 US5,960,411로 1997년 신청되어 1999년 등록되었습니다. 원클릭 특허권의 내용은 결국 한 번의 클릭에 의하여 소비자의 식별 정보에 따라 물건을 주문하는 요청을 받고, 이전에 저장해둔 정보들을 이용하여 주문을 완료하는 기술입니다. 원클릭 기술에 대한 특허권은 온라인 서점으로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구매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행위에 의하여 구매 정보를 받고, 이전 저장 정보를 이용하기만 하면 특허 침해가 성립합니다. 다른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마존의 특허권이 끔찍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2000년 애플은 아마존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아이튠즈 스토어에 원클릭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결국 원클릭 기술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이 현실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방법 특허는 어떤 과정을 거쳐 특허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원클릭 특허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클릭 결제라는 비즈니스 방법을 고객 시스템과 서버 시스템을 결합하여 구체화하였습니다.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어떻게 협동함으로써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방법을 실현하는 하드웨어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만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로써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특허에 하드웨어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방법 그 자체만 남게 되며 비즈니스 방법 자체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비즈니스 방법을 이런 방식으로 특허에 기재했기 때문에, 원클릭 기술이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아마존의 입장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하여 개발한 원클릭 기술을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아마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다른 회사들에 의하여 모방되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아마존의 노력과 투자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로 인정되고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방법은 모방하기가 무척 쉽습니다. 따라서 사업화를 진행할 때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방법에 관한 특허권은 넓은 권리범위를 가질 수 있기에 특허권을 취득하면 강력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며, 사업의 영역이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특허도 병행하여 취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chapter 3 특허, 혁신의 중심에 우뚝 서다
노바티스, 특허권의 불로영생을 꿈꾸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스위스 기업의 노바티스에서 출시한 백혈병 치료제입니다. 글리벡의 성분은 이매티닙 메실산염이며, 만성골수성 백혈병 및 위장관 기질종양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이매티닙에 메실산염을 붙이고 베타결정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매티닙은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공격이 가능한 치료 물질로써, 백혈병 환자에게는 생명유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입니다. 하지만 글리벡은 특허로 보호받으면서 고가에 판매되어 많은 논란에 휩싸였으며, 여러 국가에서 특허성과 관련된 판결이 계속 나왔습니다. 2013년 4월 인도 대법원은 노바티스가 베타버전의 이매티닙 메실산염에 대해 신청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노바티스의 이매티닙 메실산염에 대한 특허권은 인도와 동일하게 한국에도 있었습니다. 1993년에 특허 신청하여 2000년에 특허 등록을 받았습니다. 인도에서는 이 특허가 논란이 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특허성 유무가 다투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허 신청일 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드디어 2013년 6월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국내 제약사는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제약회사들은 이 특허권의 소멸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하지만 노바티스는 ‘고용량’의 이매티닙 메실산염에 대한 특허를 별도로 등록하여, 복제약 생산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이를 ‘에버그리닝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오리지널 제약사는 20년의 특허권 존속기간을 향유한 후에도 별도의 특허들을 등록하여 독점 판매기간을 연장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보령제약은 노바티스의 고용량 글리벡에 대한 특허권 무효 소송을 진행하여, 대법원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2014년 4월 11일 최종 승소하였습니다. 고용량 글리벡에 대한 특허권이 무효가 된 것입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문에서 “이 특허 신청 이전부터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개선시키고자 이매티닙의 함량이 높은 정제로 제조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고, 정제 내 이매티닙의 함량비를 높이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고 하여 특허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소송을 계기로 보령제약은 ‘글리마정’이라는 복제약(제네릭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글리마 정’은 100mg뿐만 아니라 고용량의 200mg, 400mg 제품도 있습니다. 성인이 400mg 용량을 복약해야 하는 경우, 하루에 1회 1정만 복용하여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였습니다.
의약품과 같은 화학 분야에서는 어떤 물질에 대한 특허는 단 1개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만 고가의 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쉬운 만큼, 용량이나 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특허를 이어나가고 싶어 합니다. 노바티스는 고용량 글리벡에 대한 특허권을 통하여 불로영생을 꿈꾸었지만, 보령제약의 소송으로 인하여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특허권은 신청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그렇다면 특허권의 불로영생을 꿈꾼다는 건 불가능할까요? 특허권자는 자신의 기술을 특허로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산업 분야마다 다른 방식을 취하는데, 크게 화학 분야와 그 외의 분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화학 분야는 주로 물질에 대한 특허를 다룹니다. 물질 특허는 화학식으로 정의되므로 여러 개의 특허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약품입니다. 글리벡의 중요 성분이 이매티닙 메실산염이라면 그 화학식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개발 발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개량 발명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특허권이 분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리지널 제약사는 자신만 특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복제약을 생산하는 것을 막고 독점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제약사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약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복제약을 막기 어렵습니다. 특허를 신청한 후 임상단계와 상업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생각하면, 오리지널 제약사는 20년이라는 존속기간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특허권의 존속기간에 대한 특별한 예외가 있습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특허 신청일로부터 20년보다 더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의약품이나 농약은 허가 또는 등록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러한 시간만큼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해줍니다. 특허권 존속기간의 연장은 최대 5년까지만 가능합니다. ‘글리벡’ 특허권은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존속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한국 글리벡 특허권은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해 특허 등록 후 2개월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그 기간만큼 존속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은 그 가치가 크기 때문에, 2개월의 연장기간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반면에 전자, 기계 등의 분야에서는 원천기술 외에도 관련 기술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품 성장기에 접어들면 개량 발명이 급속하게 많아지면서 여러 기업에 특허권이 분산됩니다. 특허권이 많아지고 여러 기업에 분산되면 특허권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특허권이 분산되는 산업 분야에서는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야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특허권을 연속적으로 확보한다면 불로영생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편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모두 만료되면, 시장에서 더 이상 제품을 보호할 수 없게 됩니다. 특허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면 다른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이러한 전략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허권보다 보호기간이 더 긴 지식재산권을 생각해 보죠. 상표권은 상표권 등록일로부터 10년간 존속하지만, 10년마다 갱신하여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은 비밀이 유지되는 한 계속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권이 만료되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허권이 만료되었지만 상표권으로 시장경쟁력을 유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뉴트라스위트입니다. 1965년에 아스파탐이 발견된 후, 1981년 ‘뉴트라스위트’는 아스파탐에 대한 브랜드로 사용되었습니다. 아스파탐은 설탕 대용제로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로, 독립된 제품으로 판매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뉴트라스위트 컴퍼니는 코카콜라와 협력하여 코카콜라 라이트와 같은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였고 저칼로리 감미료의 브랜드로 ‘뉴트라스위트’를 홍보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스파탐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어 어떤 회사든지 아스파탐을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뉴트라스위트’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인식시켜 시장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영업비밀과 특허 중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보호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분석이 가능한 기술은 특허권으로 보호하되, 제조 방법 및 성분 등에 대해서는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전략은 특허권의 존속기간과 관계없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며 시장에서 제품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활용됩니다. 만일 영업비밀로 계속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영업비밀을 특허권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디자인권도 특허권과 마찬가지로 20년이라는 존속기간이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권이 소멸되더라도 상표권으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록스는 수십 개의 디자인권을 확보해 두고 있었지만, 2016년 신발의 입체적인 형상을 상표로 등록받았습니다. 이를 ‘입체상표’라고 합니다. 코카콜라병이나 KFC 할아버지 인형처럼, 3차원적 입체적 형상 자체가 브랜드 또는 상표가 될 수 있습니다. 크록스는 클래식 스타일의 입체적 형상이 충분히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고 주장하여 상표등록을 성공시켰습니다. 이제 크록스는 존속기간이 있는 디자인권이 아닌,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을 확보하였습니다.
chapter 4 디자인, 혁신의 또 다른 중심이 되다
애플, 애플워치 화면에 보이는 디자인을 등록하다
애플은 삼성과의 소송에서 첨단 기술과 관련된 기술이 아닌 디자인권을 내세웠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디자인권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심해질수록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애플이 소송에서 주장한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처럼, 디자인은 보통 물품 그 자체의 형태로 고정되어 구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면서 색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화면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디자인도 보호해야 할까요? 화면에 나타나는 아이콘이나 유저 인터페이스는 물품에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호하던 디자인과 다릅니다. 잠시 논란이 있었으나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이 상업적으로 중요해지면서 디자인으로 보호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소위 ‘화상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화상 디자인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컴퓨터, 텔레비전을 넘어 냉장고, 세탁기 등 모든 전자 제품과 관련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워치 제품의 화면에 나타나는 디자인은 디자인권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화면상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입니다. 애플의 등록 디자인을 살펴보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표시된 디스플레이 패널’이 물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화상 디자인이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물품을 스마트워치가 아닌 ‘디스플레이 패널’로 지정하였습니다. 미래에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더라도 ‘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넓은 범위의 물품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화상 디자인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이라는 물품이 흔히 이용되는 이유입니다.
애플의 등록 디자인처럼, 항상 전체 화면을 디자인으로 등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의 화면 ‘일부’에 표시되는 아이콘, 이모티콘 또는 캐릭터도 디자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등록 디자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한 아이콘입니다. 아이콘은 화면에서 나타나는 위치나 크기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화면의 가운데 부분에 디자인을 표현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라인 프렌즈의 캐릭터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디자인 등록이 가능합니다.
네이버의 등록 디자인에서 아이콘을 제외하고 물품의 형태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선은 부분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아이콘을 제외하고 물품의 형태가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분디자인제도가 활용됩니다. 다시 말해 아이콘은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태블릿, 컴퓨터에서 사용될 수 있고 스마트폰에 한정하더라도 그 형태가 다양하고 앞으로 계속 변할 것이므로, 물품의 전체 형태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화상 디자인’은 대부분 부분디자인제도를 이용하게 됩니다.
chapter 5 지식재산은 우리의 미래다
퀄컴, 특허 경영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퀄컴은 1985년 설립되어 CDMA 기술을 상용화한 회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6년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과 기술제휴를 통해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였는데, 그 중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에 연구개발비로 120억 원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이 한국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로열티의 20%를 받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전자통신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특허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퀄컴은 혁신 기업으로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한 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초창기의 퀄컴은 CDMA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독보적인 CDMA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선스 업체가 될 수도 있었으며, 직접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벤처 기업이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며, 재고관리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퀄컴에게 CDMA 기술이 적용된 휴대폰이나 네트워크 장비의 제조는 실로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퀄컴은 기술 확산을 위하여 특허권 라이선스와 제품 생산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퀄컴은 특허권 라이선스 사업과 함께 CDMA를 구성하는 핵심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퀄컴이 직접 모뎀 칩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CDMA 신호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반도체 칩의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었습니다. 퀄컴은 이런 방식으로 벤처 기업에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즉, 반도체 칩을 제조업체에 판매하여 기술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특허권을 활용하여 제조업체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받는 방식입니다. 크게 보면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제조업체로부터 나온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전략입니다.
퀄컴은 CDMA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로 휴대폰 판매가의 5%를 제조업체로부터 받고 있으며, 특허 로열티 수입은 2006년 27억 달러 수준으로 퀄컴 순이익의 37% 정도였다고 합니다. 퀄컴이 이렇게 높은 특허 로열티를 받는 것은 CDMA에 대한 특허권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인 ‘특허 경영’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농업 시대에는 토지가 중요한 요소였기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쟁이 빈번했습니다. 산업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력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였지요. 하지만 오늘날 지식경제 시대에는 지식과 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식경제 시대에 혁신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며,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함으로써 경쟁력을 지켜냅니다. 한 마디로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은 제조업이 일본, 한국,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친특허 정책을 펼쳤습니다. 즉, 퀄컴처럼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특허권 또는 지식재산권을 통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제조 경쟁력을 넘어서서 승승장구하였지만, 이제는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 중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특허와 지식재산을 중시하는 정책과 경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허를 중시하는 경영, 즉 ‘특허 경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허 경영이란,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특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특허권을 통하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보호하고, 특허권을 이용하여 로열티 수입을 확보하고 로열티 수입은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하여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전략입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합니다. 그렇다고 특허 경영이 반드시 로열티 수입으로 인한 이익으로 한정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특허권에 의한 시장의 독점, 시장에서 우위성 유지, 비즈니스 보호 및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특허 경영은 지식재산 경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특허가 창출되고, 제품 생산단계에서 디자인이 확정되며, 제품 판매를 위하여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이 기업의 지식재산 경영에 활용되고 그 수익은 연구개발에 재투입됩니다. 더 나아가 영업비밀, 저작권, 트레이드 드레스(코카콜라 병과 같이 고유한 외관 이미지) 등도 지식재산 경영에 이용됩니다.
특허 경영은 제품생애주기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시켜 줍니다. 처음에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때는 이익이 많이 남을 수 있지만, 경쟁 기업이 나타나면서 수익이 줄어듭니다. 특히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제품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영업 이익률이 줄어들면, 제품 생산을 포기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다른 비즈니스를 모색해야 합니다. 마치 중국 기업이 한국의 주력 산업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허 로열티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도 특허 로열티로 수익이 계속 발생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다른 비즈니스의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예컨대 필립스의 경우 2000년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의 사업에서 한국이나 중국 업체의 성장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 사업들을 포기했습니다. 이후에 헬스케어, 조명, 소형 가전제품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반도체, 오디오, DVD 등에 대한 특허권을 이용하여 대규모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라이선싱 프로그램은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필립스가 비핵심 분야에서는 라이선스를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이러한 수익을 이용하여 핵심 분야에 투자하여 사업을 진행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데, 애플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은 각종 부품은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 조달하고 완제품 생산은 폭스콘에 맡기고 있습니다. 애플은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 콘텐츠 등 핵심적인 가치창출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폰에 적용된 기술이나 디자인들은 지식재산권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향후 사업과 관련된 특허권을 매입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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