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이명로
누적 조회수 600만 뷰의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 〈상승미소의 경제와 투자〉를 운영하며, 머니투데이방송 및 주요 경제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온라인 토론의 장이었던 다음 아고라에서 ‘상승미소’라는 필명으로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을 하며 미네르바와 함께 경제 토론을 주도했다. 그 이후 유튜브, 페이스북, 다음 카페 등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경제 현상을 해석하고 그 내용을 널리 전하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특히 통화량을 통해 신용의 팽창과 축소를 가늠하고 그 움직임으로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그의 관점은 기존 전문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남다른 통찰과 명확한 지표를 제공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는 경제가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며, 따라서 기초 개념과 흐름을 알면 누구나 경제를 읽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의 감각』은 그러한 저자의 철학을 담은 책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경제 프레임을 세우고 투자 기회를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경제 지식을 알려준다. 지은 책으로는 『똑똑한 돈』(2009), 『경제공부의 바다에 빠져라』(2011), 『월급쟁이 부자들』(2014) 등이 있다. 그중 『월급쟁이 부자들』은 누적 10만 부가 판매되며 경제경영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 Short Summary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주가와 환율은 요동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귀신같이 투자 타이밍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 살면서 돈의 흐름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돈의 흐름을 이해할 때 누구보다 날카로운 돈의 감각이 생기고, 그러면 그 감각으로 어떤 경제적 풍파가 와도 다음 단계를 모색할 수 있다.
이 책은 객관적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돈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경제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돈의 감각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경제 흐름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통화량을 꼽고, 이로 인한 신용의 수축과 팽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환율, 부채, 외환보유고 등의 경제지표를 해석하는 법과 미중 무역 분쟁 등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되어줄 돈에 대한 지식을 제공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장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진짜 속성을 이해하기 위한 밑거름인 돈과 신용화폐 시스템의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제2장에서는 그로 인한 경제 사이클의 원리를 알려준다. 제3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낱낱이 밝히며, 부동산 투자 등 실제 투자에 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경제지표와 조건들을 제시한다. 제4장에서는 환율과 금리를 통화량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제5장~제6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당면한 문제점과 앞으로의 분쟁 국면에 대해 전망한다. 제7장에서는 신용화폐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과제를 살펴본다.
▣ 차례
프롤로그 - 돈 센스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
제1장 돈의 감각을 기르기 위한 경제 지식 : 돈에 대한 모든 것
세상의 행간을 읽는 최고의 도구 / 01 돈이란 무엇인가
02 돈은 권력이다 / 03 돈은 세금이다
04 돈은 신용이다 / 05 돈은 빚이다
제2장 경제 사이클을 알아야 돈이 보인다 : 신용화폐 시스템과 경제 사이클
교과서의 수요/공급 곡선이 감추고 있는 것 / 01 가격 결정의 두 가지 요인
02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 사이클의 기본 원리 / 03 경제는 어떻게 선순환되는가
04 버블이 붕괴되는 몇 가지 신호 / 05 경제위기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06 한국의 경제위기, 지금 현실이 되고 있는가
제3장 어떻게 돈의 감각을 기르는가 :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예측
돈의 흐름으로 부동산 예측하기 / 01 부동산과 인플레이션의 긴밀한 상관관계
02 부동산 사이클을 눈치 채는 세 가지 질문 / 03 부동산 감각을 날카롭게 기르는 법
04 대한민국 부동산 버블 팩트 체크 / 05 부동산 폭락론, 과연 현실이 되는가
06 한국이 양적완화를 실시할 수 없는 이유
제4장 환율로 기르는 돈의 감각 : 환율과 금리
환율은 어떻게 돈의 방향을 바꾸는가 / 01 인체에서는 땀, 경제에서는 환율
02 환율로 ‘뜨는 나라’ 찾는 기술 / 03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생기는 일
04 위기가 기회가 되는 금리의 비밀 / 05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한 까닭
06 각 나라의 경제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
제5장 글로벌 경제로 기르는 돈의 감각 : 중국 편
세계적인 경제 대국 중국의 등장 / 01 왜 중국 경제를 알아야 하는다
02 중국은 넥스트 스텝을 꿈꾼다 / 03 한국의 외환위기와 중국의 차이점
04 중국제조 2025 전략과 한국 경제의 위협
제6장 글로벌 경제로 기르는 돈의 감각 : 미국 편
미국이 금리를 결정하는 세 가지 기준 / 01 미국은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가
02 미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 / 03 현대 통화이론과 마법의 성
제7장 돈은 미래를 알고 있다
01 신용화폐 시스템은 영원할까 / 02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간다면
03 돈은 결국 사람으로 향해야 한다
에필로그 - 돈의 감각을 찾아 떠나는 여행
▣ 내용요약
돈의 감각을 기르기 위한 경제 지식 - 돈에 대한 모든 것
돈이란 무엇인가 / 돈은 세금이다 / 돈은 빚이다
경제의 핵심은 돈이며, 돈을 알아야 경제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돈은 여러분의 지갑 속에, 은행 계좌 속에 있기도 하고 증권 계좌에 특정 주식으로 있기도 합니다. 이런 돈의 총량을 ‘통화량’이라고 부르는데, 통화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갑니다. 그래서 어딘가에 돈을 투자하려면 통화량의 증감 추세를 미리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돈이 부족하면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려면 돈을 많이 공급하고 자주 회전시키면 됩니다.
한편 현대의 화폐제도는 명목화폐(신용화폐), 즉 화폐의 실물가치와는 상관없이 지폐나 동전에 새겨진 화폐 단위에 의해 통용되는 화폐입니다. 이런 화폐 시스템을 ‘신용화폐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신용화폐는 그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 내의 구성원들이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가치를 제도적으로 신뢰해야만 존재할 수 있고, 이런 신뢰의 기초는 국가가 그 화폐를 세금으로 받겠다는 약속입니다.
결국 돈은 ‘권력’을 가진 국가가 ‘세금’을 걷어 갚겠다고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당겨쓰는 ‘빚’입니다. 한편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없는 돈을 새로운 돈으로 메우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했고, 이를 알게 된 권력가와 은행가들은 돈을 무한대로 늘리는 데 큰 걸림돌인 화폐의 태환 기능을 없애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태환의 보루였던 미국의 달러화가 그것을 포기한 이유도 무한정 빚을 늘리기 위함이었죠. 불가능한 성장의 지속을 위해 선택한 100퍼센트 신용화폐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빚도 증가한다: 신용창조의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은행 A에 1,000달러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은행은 1 대 10의 지급준비율로 900달러까지 빌려줄 수 있습니다. 시민 B가 은행에서 900달러를 빌려 자동차 딜러 C에게 가서 900달러의 자동차를 구매합니다. 자동차 딜러 C는 은행 A에 이 900달러를 예금합니다. 은행 A는 다시 900달러의 90퍼센트인 810달러를 다른 시민 D에게 빌려줍니다. 시민 D는 810달러로 E에게서 오토바이를 구입합니다. E는 오토바이를 팔아 받은 810달러를 다시 은행 A에 예금하고, 은행 A는 이 810달러의 90퍼센트인 729달러를 다시 빌려줍니다…. 이렇게 해서 끝까지 가면 기존의 1,000달러로 10배에 해당하는 1만 달러까지 신용팽창이 이뤄지고 그만큼 시중에 돈은 늘어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중에 빚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중앙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시중은행은 예금의 10퍼센트만을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이 1,000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이 중 100달러를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합니다. 연방준비은행은 이 100달러 중에서 90달러를 다른 은행에 빌려주고, 빌려준 90달러는 결국 연방준비은행에 다시 돌아옵니다. 연방준비은행은 또다시 81달러를 시중은행에 빌려줍니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은 가지고 있던 돈의 10배에 해당하는 돈을 신용 창조로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10배로 불어난 돈은 다시 시중은행의 부분지급준비금 보유은행제도에 의해 10배 더 불어납니다. 결국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돈은 신용창조로 100배까지 늘어나 유통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시중에 있는 대부분의 돈은 누군가가 빌려서 생긴 빚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빚을 갚을수록 돈이 사라지는 이유: 앞서 든 예에서, 신용창조 시스템을 아는 똑똑하고 정직한 시민 B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빚진 900달러를 갚았다고 합시다. 그리고 아무도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는다면 시중에는 이제 900달러가 사라진 것입니다. 시민 D는 이제 그전보다 900달러가 적어진 시장에서 810달러를 벌어 갚아야 합니다. 그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810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만약 시민 B가 도저히 돈을 벌 수 없어 파산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시민 B가 빌린 돈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돈은 더 귀해져서 빚을 갚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으려 하고, 빚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빚을 갚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갈수록 시중에 돈은 점점 더 사라집니다. 이것이 부채 디플레이션의 상황입니다.
경기 사이클은 이렇게 신용이 팽창했다가 수축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야기되는 신용 사이클에 불과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용이 늘어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축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용이라는 건 누군가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고, 그 대출에 이자가 있어 더 이상 이자를 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축소됩니다. 그때부터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등장하고,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신용이 어떤 상황에서 팽창되거나 축소되는지 알 수 있다면 경제 사이클의 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제 사이클을 알아야 돈이 보인다 - 신용화폐 시스템과 경제 사이클
가격 결정의 두 가지 요인
물물교환 경제에서 가격이 오를 때는 어떤 경우일까요? 다음 두 가지 경우입니다. ‘① 물건이 귀해진다. ② 돈이 늘어난다.’ 우리는 정부와 미디어로부터 주로 첫 번째 경우, 즉 물건이 귀해져서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만 줄기차게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물건의 수요보다 시중에 풀린 돈의 양에 따라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서 정치권의 골칫거리인데, 이 는 인구 유입이 아니라, 저금리로 인해 늘어난 가계부채가 원인입니다. 늦게나마 정부는 은행들에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도록 감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물가안정이 최대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거짓말이 들통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양은 중앙은행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의도에 따라 시중의 통화량이 달라지면서 물건들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고(인플레이션), 반대로 통화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하락합니다(디플레이션). 하지만 모든 물품의 가격이 균등하게 변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가격이 오르는 물품과 자산이 있고, 시간 차를 두고 나중에 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는 어떻게 선순환되는가
경제성장, 즉 화폐 거래로 측정되는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이 시장에 공급되어야 합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화폐 거래량이 늘어나야 하고, 화폐 거래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통화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통화량은 빚이므로 이 고리가 끊어져 반대로 돈을 갚게 되면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처합니다. 이것을 ‘경제 사이클’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가 이를 처음 밝혀냈습니다. 그는 인류 역사를 통계적으로 연구한 결과 경제의 변화에 매우 긴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1935년 『경제통계학 리뷰』에 실은 논문에서 자세히 밝혔습니다. 이기는 50년이라는 긴 기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계절에 비유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경제가 성장하고 하락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인플레이션의 시기는 봄과 여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봄은 매우 온화하고 유익한 인플레이션의 시기이고, 이를 뒤따르는 여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보입니다. 그다음은 가격의 완만한 하락을 동반한 매우 안정적인 가을의 시기가 오고, 그 뒤에는 강력한 디플레이션이 따릅니다. 콘드라티예프는 경제 사계절과 이자율 및 원자재 가격의 정점과 저점이 형성되는 것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돈의 감각을 기르는가 -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예측
요즘 정부는 연일 부동산 가격 폭등세를 진정시키고 안정세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부동산중개소를 단속한다고 하고, 세금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은행 대출의 창구 지도를 강화해 투기 자본의 부동산 진입을 막으려고 합니다. 게다가 이것만으로 부족하여 이제 분양가 상한제까지 추진한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대처가 부동산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짜 원인은 급격한 부채 확대, 통화량 증가에 있습니다. 미국보다도 낮은 기준금리로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으니 그 돈이 부동산에 몰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중앙은행은 수도꼭지를 열어 돈의 양을 조절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 방향까지 정할 수는 없습니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중앙은행은 자기들이 벌인 이 빚잔치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부동산과 인플레이션의 긴밀한 상관관계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돈이 늘어나는 걸 의미합니다. 돈은 누군가가 빌린 부채이므로 성장하는 만큼 돈이 늘어나야 정상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신의 임기 내에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기에 빠른 성장을 통해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기 위해 통화량 공급을 늘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을 구슬려 금리를 내리고, 내린 금리가 부동산으로 몰려가면 건설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은 욕망으로 모여듭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미 누군가가 돈 되는 물건은 미리 사두고 기다린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차례가 오면 대부분 마지막 시점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저축하는 사람들에겐 벌을 주고 빚지는 사람들에겐 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통화팽창(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10퍼센트 낮아지면 우리의 임금은 실제 10퍼센트가 줄어듭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임금과 저축한 돈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죠.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일찍 대출을 받아 돈을 쓰는 사람들이 더 큰 이익을 얻습니다. 여러분도 빚이 많으니 이익이라고요?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주체는 은행, 정부, 권력과 가까운 독점 대기업들입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장 빨리 돈을 빌릴 수 있는 기관도 바로 이들 순서와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 채무자 줄의 마지막에 서 있죠.
부동산 사이클을 눈치 채는 세 가지 질문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 대출이 증가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채는 사람이 빌리게 돼 있고, 그 부채에는 이자가 따릅니다. 이를 분석해본다면 미래 예측까진 아니지만 예상해볼 수는 있습니다.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보고 그 요인이 적용된다면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고, 반대라면 정체 또는 하향 안정화될 것입니다. 참고로 성장은 생산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소비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한 가지 숨어 있습니다. 소득을 증가시키려면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기술혁신은 국가 경쟁력과 내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결국 신용팽창의 지속을 통한 경제성장을 견인합니다. 따라서 종합해보면 인구의 증가, 소득의 증가, 생산의 증가는 바로 신용팽창의 필요조건이 됩니다. 즉, 인구(특히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나며, 기술혁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입니다. 이는 투자에만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사람들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상식입니다.
부동산 감각을 날카롭게 기르는 법
한국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 가격이 올랐던 곳은 서울입니다. 초기에는 시청을 중심으로 종로나 을지로가 먼저 상승했습니다. 이유는 일자리가 그곳에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주택이 필요해집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인구가 더 필요하고 많아지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신도시가 생겨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서울과 경기도에 모여 있는 것도 일자리 때문입니다. 일자리는 곧 급여 소득이고, 그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가 이뤄지니 자영업도 같이 따라옵니다. 서울에 더 이상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정부는 1기 신도시를 개발합니다.
분당과 일산, 서울 외곽의 노원구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개발되기 전 이곳에는 수도 서울에 있기에 민망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공장이나 혐오 시설 등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더 이상 주거 공간이나 사무용 건물을 확보할 수 없자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 지역에 일찍 자리 잡았던 고물상이나 공장들은 보상을 받고 수원, 안양, 의정부 등 토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 후 인구가 계속 몰리자 정부는 수원, 광교, 동탄 그리고 파주까지 도시화를 확대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죠.
환율로 기르는 돈의 감각 - 환율과 금리
2008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에서 촉발됐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1997년처럼 또다시 IMF 구제금융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99퍼센트 이상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 확대, 연준의 양적완화라는 달러 연금술로 위기를 지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이머징 국가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환율 때문이었습니다. 환율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돈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돈의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율과 경제의 연관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인체에서는 땀, 경제에서는 환율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환율은 땀이 체온을 조절하는 것과 같이 국가별 경쟁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율: 원화를 다른 나라 화폐와 가치 비교하는 것’ 이처럼 환율은 국가 간 경쟁력의 차이에 따라 한 국가의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그 중심을 잡아갑니다. 한편 한 나라의 국가 신용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환율로 표현됩니다. 특정 국가와 비교해서 국가의 신용도가 높으면 화폐가치가 강세가 되며 반대일 때는 약세가 됩니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이 대출(빚)을 감당할 능력이 높다고 인정받는 것처럼, 국가의 화폐가치가 높다는 건 국가에서 감당해야 할 빚의 상환 능력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환율로 ‘뜨는 나라’ 찾는 기술
외환보유고를 찾아보라: 불과 20여 년 전 중국은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나라가 가난했으니 국민의 평균적인 재산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억만장자의 숫자가 한국 국민보다 많고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가 웬만한 나라의 국민 숫자를 넘어서다 보니, 이제는 그들이 가는 곳마다 경제가 크게 성장할 정도입니다. 지난 20년간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일까요? 그 중심에는 바로 외환보유고와 통화량이 있습니다.
국가의 대표적인 신용 지표는 외환보유고입니다. 외환보유고의 증가가 없는 개발도상국이 함부로 통화량을 늘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직행하며, 그 결과 환율이 폭등(화폐가치 폭락)합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던 시기는 대략 2003~2005년부터입니다. 그 시점부터 통화량 증가세가 시작되었고, 당연히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그 돈으로 중국 정부는 도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땅을 가지고 있던 중국인 중에 벼락부자가 많아진 것입니다.
화폐가치를 점검하라: 국가에서 사용되는 돈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하는데, 그 통화량은 빚의 총량이고, 그 빚의 총량이 얼마나 건전한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숫자는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흑자 여부입니다. 곧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점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방글라데시나 짐바브웨가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의 양을 함부로 늘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제가 파탄 납니다. 통화량을 늘리고 싶다면 그 돈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국가의 경쟁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외환보유고입니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것과 일정 수준으로 비례해 통화량이 늘어나야 이머징 국가의 통화가치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돈이 부족해질 기미가 보이면 금리를 0퍼센트로 내리는 것을 넘어 양적완화로 경제 전체에 돈의 양을 늘리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는 기축통화국에서만 가능할 뿐, 이머징 국가에서는 함부로 돈의 양을 늘릴 수 없습니다. 돈의 양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조치는 고작 일정 수준의 금리 인하 정도입니다. 그것도 외환보유고의 양이 유지되거나 경상수지 흑자가 보장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머징 국가에 투자 여부를 고민할 때는 항상 외환보유고 증가 여부, 그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상수지 흑자 추이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늘어난 가계부채를 감당하며 안정적인 환율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생기는 일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출품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은 양적완화에서 시작됩니다.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퍼센트로 인하해도, 부채가 너무 많아 시작된 위기였기에 대출을 원하는 경제주체는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출이 늘지 않으면 통화량이 부족해지며, 그 통화량을 보충해주지 못하면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경제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근거 없는 돈을 발행해서 은행이 보유 중인 자산을 매입해줍니다. 이것을 경제 용어로 양적완화라고 합니다. 보유 자산을 팔아 투자 여력이 생긴 미국의 은행은 미국뿐만 아니라 비교적 안전한 이머징 국가의 주식, 채권, 환율 등에 투자하며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외국인의 자금이 이머징 국가에 유입되기 시작하면 그들 국가의 자본들은 좋아합니다. 늘어난 유동성이 주식, 채권 등에 투입되면 경제에 돈이 들어오니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죠. 그러면 국민들도 같이 대출을 늘리고 자산에 투자하면서 쉽게 돈을 벌게 됩니다. 이머징 국가의 정치인들은 이렇게 올라가는 자산 가격이 자기들이 정치를 잘해서라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이 모든 것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0퍼센트로 빌려왔던 자금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0퍼센트였던 기준금리가 불과 3년 만에 2.5퍼센트까지 높아지면 이머징 국가에 투자한 자본은 위험 관리 대상이 됩니다. 먼저 외국인 자본가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을 처분해 미국으로 돌아가 빚을 갚으려 하죠. 반면 외국 자본으로 경제를 키웠던 이머징 국가는 늘어나는 자본 유출로 환율이 올라가고, 그 유출 속도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립니다.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들은 높은 금리에 당황하며 자산을 팔지만, 많은 사람이 동시에 나서니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합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나라라면 어느 정도의 자본 유출은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국이었음에도 외국 자본에 취해 제조업 경쟁력을 방치한 나라들은 위험에 빠지고 맙니다. 나가는 돈을 위해 중앙은행이 나서서 달러를 빌려와야 하는데 금융 시장은 이런 이머징 국가들의 위기 상황에 주목합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나라들은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며 자본 유출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수년 동안 환율위기를 겪었던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이런 상황입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태도입니다. 외국인 자금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자기들이 정치를 잘해서 그런 것이라며 생색을 내고, 환율이 오르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 모든 것이 외국인 투지 자금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정치와 경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정직하고 투명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글로벌 경제로 기르는 돈의 감각 - 중국 편
중국은 넥스트 스텝을 꿈꾼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중국이 바라는 것: 현재 중국은 미국에 필적할 수준의 경제력에 도달했는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아직 이머징 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에서 이머징 국가는 필연적으로 외환위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지만, 저임금 기반 수출에 의존하는 한 이런 지위를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술 집약적 산업의 육성을 통해,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미국의 방해나 다른 경쟁 국가들의 진입을 막아내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국의 고민이 중국제조 2025 전략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이머징 국가는 통화량 증가를 피할 수 없고, 그 통화량 증가를 보호해주는 외환보유고 증가가 담보되지 않는 시점에 도달하면 외환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리고 한번 외환위기를 겪으면 경제 주권이 크게 흔들립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IMF의 SDR에 위안화를 포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교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위안화를 SDR에 편입시키고, 위안화 거래 비중을 높인다고 해도, 위기 시 필요한 것은 달러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달러화를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미국 연준과 직접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현재 연준과 이 협약을 체결한 나라는 일본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스위스 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 5개국이 전부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들 나라의 통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준(準)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등의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권국 미국이 자신을 위협할 적국으로 중국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은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입니다. 이런 처지에서 중국이 외환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환율의 안정인데,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고 증가 ② 현재의 고정환율제 유지’ 한편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려면 중국의 경제 구조를 저임금 기반의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및 창의력 기반의 산업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견인하는 국가경제 정책이 ‘중국제조 2025’입니다. 그다음은 환율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현재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이머징 국가는 중국과는 다르게 자율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국 통화가치를 국가나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고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자본은 실시간으로 환율 변동을 적용할 수 있어 빠른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해당 국가는 유출액의 정도에 따라 환율시장의 변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G2라는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고시에 따라 매일 환율을 결정합니다. 중국이 환율 변동의 완전자유화로 쉽게 이행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고, 제조업 경쟁력을 잃으면 패권을 잃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은 이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중국에 관세 부과로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로 기르는 돈의 감각 - 미국 편
미국의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이며, 연준의 첫 번째 목표는 통화정책입니다. 금리의 조절을 통해 미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폅니다. 1년에 총 여덟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관리하죠. 연준이 금리 결정을 할 때마다 중요시하며 언급하는 지표는 다음 3가지입니다. ‘① 경제 펀더멘털 ② 고용지표 ③ 인플레이션율’ 현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신용화폐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돈의 양(통화량)에 따라 경제가 팽창하고 수축하므로 경제 펀더멘털과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일자리를 만들거나 회사를 설립하지도 않으면서 왜 고용지표를 중시하는 걸까요?
미국은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현재의 성장을 유지하기 힘들거나 기대만큼 돈의 양(부채)이 늘어나지 않아서 금리 인하를 통해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경제 구성원(기업과 과계)들이 현재 경제 수준을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돈을 빌리고 있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금리를 0퍼센트까지 낮추기도 하는데, 이는 경제 구성원들의 심리가 상당히 불안해서 아무도 돈을 빌리려 하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통상 금리를 0퍼센트로 낮춰도 경제 구성원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을 때는 자산에 형성된 버블이 터진 이후입니다. 버블이란 생산에서 확보되는 부가가치 이상으로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버블을 걱정하지 않는 경제에서는 빌린 돈의 절반은 생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산에 투자합니다. 그런데 버블이 형성되면 그 비율이 생산보다 자산 쪽으로 많이 기울어집니다. 중앙은행은 어떻게 자산의 버블을 막아낼지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돈의 양을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어도 돈이 흘러가는 방향까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한계 때문에 중앙은행은 부채가 증가할 때마다 적절한 금리 조절을 통해 버블을 예방하려 합니다. 우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집을 사거나 사업 자금에 보태거나 차를 사는 데 사용합니다. 사업 자금도 사무실 또는 공장을 구매(임대)해야 하므로 대출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움직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늘린 돈이 사업 자금으로 사용되기를, 그로 인해 고용지표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이나 인하 시점에 ‘고용지표’를 자주 인용하는 것입니다. 신용화폐의 단점을 숨기고 싶기도 하고, 자신의 실책으로 버블이 만들어지거나 붕괴되는 게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수를 써도 돈에 꼬리표를 달아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양의 조절’뿐입니다.
미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된다면: ‘미중 무역 분쟁’이 최근 해결 모드로 진입한 이후, 미국에서 나오는 경제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2가지를 꼽자면 ‘멕시코 장벽 건설’과 ‘재정적자’ 확대에 관한 것입니다. 멕시코 장벽의 건설은 그것을 유리로 만들든, 철조망으로 만들든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를 뉴스의 중심으로 만들어 자신의 지지 세력 결집을 꾀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뜻이라고 알려져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재정적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재정적자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확보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족한 돈을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그 채권은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갚겠다는 말이죠.
그러므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예상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금액이 확대된다는 것은 이를 갚아야 하는 미국 국민의 세금이 올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미국이라는 신용으로 상환을 연장한다 하더라도 이자를 지불해야 하므로 그 자체가 다시 재정적자를 확대하게 됩니다. 이런 재정적자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미국의 재정적자가 잘못된다면 또다시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부채를 먹고 산다: 글로벌 경제 전체의 성장이 실현되려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돈이 늘어나야 합니다. 돈을 늘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은 나라에서 움직이는 게 더 효과적인데, 글로벌 GDP 1위와 2위 국가는 미국과 중국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겪으며 수출 감소로 경기침체 압력을 겪던 중국 경제가 2019년 1월 들어 지방채 발행 확대, 적자재정 확대 및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공식화하자 글로벌 주요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되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금리 인상 중단,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및 적극적인 재정 집행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먼저 퍼져나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렇듯 미국의 입장에서 재정적자는 언젠가 갚아야 할 국민의 부담이 되겠지만, 한국과 같은 다른 글로벌 국가에는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대로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면 한국도, 다른 글로벌 국가들도 불황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영원히 빚을 늘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달러 가치 하락 때문이죠. 미국이 재정적자를 우려해 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경제가 위축됩니다. 그렇다고 달러 공급을 지속하면 결국에는 달러 가치가 하락합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기축통화로서 국제적 신용도가 위태로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를 처음 주장한 로베르 트리핀의 이름을 따 이런 현상을 ‘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통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현대 통화 이론(MMT)입니다.
현대 통화이론과 마법의 성
현대 통화 이론이란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화폐를 더 찍어내 경기를 부양해도 된다’는 이론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므로 달러화로 부채를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부채가 커지면 ‘이자비용과 상환’ 부담이 커지지만 그조차 다시 부채를 확대해서 해결하면 된다고 합니다. 만약 한국과 같은 이머징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연히 해답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외환위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 화수분이니 걱정하지 말고 부지런히 부채를 증가시켜 미국 경제를 살려내자는 겁니다. 참으로 부러운 생각입니다.
돈은 미래를 알고 있다
신용화폐 시스템은 영원할까
부채는 영원히 증가할 수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신용화폐 시스템 아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년 5퍼센트 이상 통화량 증가율이 달성되어야 합니다. 부채에는 이자가 발생하며, 그 이자율 이상으로 돈이 늘어나야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5퍼센트의 복리로 늘어나야 성장이 유지되는 이 나선형 부채 시스템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돈은 결국 사람으로 향해야 한다
먼저 금융 시스템입니다. 대출은 대표적인 은행업의 본질로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이런 중요한 업무가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대출이 생산이 아닌 자산 투자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산 버블이 예상되는 곳보다는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곳에 돈이 더 많이 투입되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한편 글로벌 시스템에서 각 국가의 부채 한도를 규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채를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경제 펀더멘털에 과다하게 주입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합니다. 민간대출뿐만 아니라 정부 및 중앙은행 통화정책까지 글로벌 시스템 안에서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이죠. 아무튼 자본주의 성장 정책은 이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둘 수 있을 때, 자본의 증식으로 생겨나는 모든 문제, 신용화폐와 부채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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