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플임(채연 지음)

▣ 저자 임채연
퇴계장학생으로 성균관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하고,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
다. KT와 SKT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문과적 사고와 이과적 방법론을 활용한 논문으로 입상했고, 재직
중 올해의 사원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LG그룹사에 근무하면서 현장 업
무에 정보통신 기술에 접목하는 다양한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콤텍그룹에서 전략기획/CIO/인사/총무/
홍보 담당 임원을 역임한 후 협업/그룹 웨어/인사관리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Short Summary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특히 오늘날은 기술이 나누어지고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홀로 완성하기 힘
들다. 일도, 연구도 누군가와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같이 한다는 협업, 즉 콜라보레이션
(collaboration)과 동업은 다르다. 같이 한다는 뜻에서 협업은 매력적이다. 경쟁자와도 동맹을 맺는 세
상이다. G20, 아세안+20와 같이 다자간ㆍ개방형 협업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부즈ㆍ앨런 앤드 해밀
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제휴가 매년 25%씩 증가했다.
우리는 콜라플(Collaboration+People), 즉 협업해야 하는 인간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다.
과거 포드자동차는 일을 나누어서 하는 분업에 기초한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시장을 석권했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요인이다. 기계의 부품처럼 각각의 물건을 만들던 시대에는 나누는 것만 잘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업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으
니 같이 하자는 협업은 결국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방법이다. 지식 중심의 창조경제 프레임에서는 서
로 교감하고 공감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같이 살기 위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1장부터 5장까지는 콜라
플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과 주변에서 실제로 발생한 실패 및 성공 사례를 각각 제시하고, 6장에서는
우리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를 제안해 콜라플 실현을 돕고 있다.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협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준비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를 선
택해야 하는 괴로운 결정도 해야 한다. 협업을 위한 도구도 마련해야 하며, 발생할 장애를 극복해 나
갈 각오도 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자신의 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롭게 나아갈 방향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차례
머리말_ 콜라플, 인간은 협업하는 존재다
1장 - ‘여럿이 같이’는 팀 구성에서 비롯된다
(곁에 사람이 없음을 탓하지 말고 있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함을 두려워하라)
1. 1등 vs. 꼴찌 / 2. 전문경영인 vs. 오너경영인 / 3. 아는 사람 vs. 모르는 사람 / 4. 에쎄와 깜찍
이소다 / 5. 짬짜면 vs. 양념 반 후라이드 반 / 6. 바둑 5급 열 명 vs. 바둑 1급 한 명 / 7. 미래와
전략 / 8. 쿼티와 회전문 / 1장 요약
2장 -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탓하지 말고 이루게 할 그것이 없음을 두려워하라)
1. 테슬라 vs. 현대차ㆍ삼성ㆍLG / 2. 과학 vs. 엿장수 마음대로 / 3. 진짬뽕 vs. 신라면 블랙 / 4.
3, 5, 7 vs. 4, 6, 8 / 5. 투자 vs. 투기 / 2장 요약
3장 - 첫걸음을 인정해야 내디딜 수 있다
(성과가 작음을 탓하지 말고 의미 없는 성과를 두려워하라)
1. 고속버스와 정속 주행 / 2. 대박 vs. 소박 / 3. 웨이터 vs. 종업원 / 4. 대리점 vs. 편의점 / 5. 배
추와 삼겹살 / 3장 요약
4장 - 버릴 것을 버려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
(채울 것이 없음을 탓하지 말고 채울 그릇이 없음을 두려워하라)
1. 월요일과 임원 / 2. 시작하기 vs. 그만하기 / 3. 방전 vs. 충전 / 4. 완벽 vs. 적정 / 5. 자신감
vs. 불안감 / 6. 경쟁 vs. 협동 / 7. 남부러운 자 vs. 남부럽지 않은 자 / 8. 웃기다 vs. 웃다 / 9. 캐
내기 vs. 버리기 / 10. 안 가기 vs. 못 가기 / 11. 허준과 동의보감 / 4장 요약
5장 - 지킬 것은 지켜야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갈대를 탓하지 말고 지켜야 할 뿌리가 없음을 두려워하라)
1. 구글과 대기업 / 2. 악독한 상사 vs. 편안한 상사 / 3. 독일 신호등 vs. 한국 신호등 / 4. 성문법
vs. 불문법 / 5. 안마당 vs. 바깥마당 / 6. 천리안 vs. 네이버ㆍ카카오톡 / 7. 큰 품질 vs. 작은 품질
/ 5장 요약
6장 - 더하기를 넘어서 곱하기로 도약한다
(더할 수 없음을 탓하지 말고 곱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라)
1. 더하기 vs. 곱하기 / 2. 업무 vs. 추진팀 / 3. 나의 목표 vs. 너의 목표 / 4. 현대차ㆍ기아차 vs.
현대기아차 / 5. 이스라엘 군대 vs. 한국 군대 / 6. 팀장 있는 팀 vs. 팀장 없는 팀 / 7. 가상 묶음
vs. 따로따로 / 8. 하버드대 vs. 서울대 / 9. LGU+ vs. KT / 10. 이세돌 vs. 알파고 / 11. 신입사원
과 퇴사 / 12. 실행가 vs. 전략가 / 13. 이슈 vs. 리스크 / 14. 토끼ㆍ거북이 vs. 토끼의 간 / 6장 요
약
▣ 내용요약
1장 - ‘여럿이 같이’는 팀 구성에서 비롯된다
1등 vs. 꼴찌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꼴찌 덕선의 짝은 1등
이다. 1등이 꼴찌에게 도움을 주라고 짝이 되도록 했다. 덕선에게 1등 짝은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한 반에 학생이 60명이 넘던 시절에는 효율적인 수업과 학습이 사실상 어려웠다. 대략 중간 수준에
맞춰서 설명하면 앞선 학생은 지루하고, 느린 학생은 어려워서 잠이 오게 된다. 요즘 초등학교는 한
반이 30명 미만이니 사정은 나아졌지만 얼마만큼의 인원이든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
지다. 선생님은 서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1등이 60등을 지도하
고, 2등은 59등을 이끌도록 자리 배치를 해본다.
1등이 꼴찌를 도와주도록 한다. 과연?: 1등이 60등을 지도하고, 2등은 59등을 이끌도록 하는 방법은
드라마에서 보았듯이 그다지 효과는 없다. 두 사람은 학교에 등교한 이유가 다르다. 관심사도 다르다.
그나마 착한 1등과 60등은 선생님이 시키니 뭔가 하는 척 시늉은 할 것이다. 기업 내에서도 종종 1
등과 꼴찌를 한 팀으로 만들어 주곤 한다. 1등의 지도와 편달로 성과를 내라는 의도다. 학교에서 선
생님이 1등과 꼴찌를 짝으로 만든 것과 같은 상황이다.
오히려 끼리끼리 모이게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음 방법은 ‘끼리끼리’ 어울리게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끼리 앉게 한다. 인성이 비슷하거나,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들을
모아서 여럿이 같이 하는 시작점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학생이라면 평등한 관계일 수 있지만 기업에
서는 불평등하고 위계적인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협업은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명령이나 지시에 대한 이행은 분업적 가치다. 그럼에도 상사와 부하가
서로 지원하는 관계라면 협업이 될 수 있다. 성과를 내는 순서가 아니라, 각자 특기가 있고 성품이
서로 달라 벌집 같은 결집력을 만드는 자리 배치가 이루어지면 협업은 더욱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리더의 중요성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디어를 잘 내는 A를 격려해서 문제를 풀 열쇠를 찾게 하
고, B로 하여금 실행 계획을 짜게 하고, C는 그 계획 아래에서 행동한다. D는 프로젝트 관리를 하도
록 한다. 조직에는 공룡처럼 잘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팔로우십(followship)이다. 리더가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한편 조직에는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진행 중에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일 수 있으니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리더가 홀로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
이 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바둑 5급 열 명 vs. 바둑 1급 한 명
바둑 5급 열 명이 힘을 합해도 1급 한 명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수 인력을 뽑을 때 종종
비유되는 말이다. 1급과 5급으로 구성된 팀에서 이들은 이기고 지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
들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팀장의 역할이 대기업과 다르다. 대기업은 우수한 인력이 입사하려고
줄을 서지만 중견기업만 해도 우수인력을 뽑기가 정말 어렵다. 대기업에서는 팀 내의 1급부터 5급까
지 다양한 인력이 구성된다. 반면에 중견기업 이하에서는 좀 더 많은 5급 수준의 팀원과 이들을 이끄
는 1급 수준의 팀장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우수한 신입사원의 지원도 적지만 중견기업 이하의 급
여를 대기업 수준으로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정
한 대우를 해서 1급 수준의 팀장을 채용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1급 한 명이 5급 열 명을 이기
듯 한 명이 그 팀의 수준을 올려 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팀장과 팀원은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다: 우수한 팀장은 팀원을 모든 면에서 압도할 수 있다. 실력
이든, 성실함이든, 열정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말이다.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가장 잘 쓰는 것은 물론
이며,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열정도 가장 앞선다. 팀원에
게 그 정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력이 팀장보다 모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급여가 적은 만큼 초과근
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목표도 사실상 없다.
팀장과 팀원이 한 번씩 돌을 올려 놓는다: 그렇다면 1급 팀장과 5급 팀원이 대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1급 팀장과 5급 팀원은 차례로 한 번씩 돌을 바둑판에 올려놓는 협력자다. 상대는 경쟁사다.
보고를 할 때는 사장이 상대다. 1급은 5급이 이해할 수 있는 수로 바둑을 두어야 한다. 1급이 묘수를
두어도 5급이 이해를 못 하면 다음 수는 약수가 된다. 반대로 5급은 엉뚱한 수를 두어서 판을 깨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응수해야 하는 선수를 두어서 1급이 좋은 수를 둘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어
야 한다. 팀장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팀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팀원은 실수 없
이 주어진 일을 잘 끝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2장 -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테슬라 vs. 현대차ㆍ삼성ㆍLG
미국 ‘테슬라’의 ‘모델 3’가 대박을 터뜨렸다.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다. 아니, 만든 것이다. 2020년 즈
음이면 유럽부터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우리가 테슬라를 이기려면 자동
차 회사, 정부,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블루오션 찾기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블루오션이란 수많은 경쟁자들로 우글거리
는 레드오션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 시장이다.
새로움은 언제나 발상의 앞뒤가 바뀔 때 나온다: 새로운 시장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추구함으
로써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가치의 비약적 증진을 기대하도록 하는 시장이다. 다른 기업과 경쟁할 필
요가 없는 무경쟁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 시장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애
쓰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 곧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시
장을 만들어 내는 전략을 말한다. 블루오션에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많은 기업이
신규 사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신규 사업은 블루오션을 의미했고, 많은 사업자로 하여금 경쟁
없는 매력적인 시장을 찾아 헤매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쓸 만한 사람은 이미 결혼했다는 미혼들
의 푸념처럼 쓸 만한 시장은 이미 누군가 선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블루오션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의 산물이다: 블루오션이 있다 하더라도 그곳 역시 어려움은 산적해
있다. 바닷물에서 먹고 먹히는 삶을 살다가 강물 ‘블루오션’과 바다 ‘레드오션’이 만나는 민물 근처에
가보니 먹이는 많고 나를 잡아먹는 천적은 없다. 당장 가고 싶다. 그러나 삼투압은 어떻게 할 것이며,
빠른 물살은 어찌할 것인가? 물가 ‘레드오션’에서 땅 위 ‘블루오션’을 바라보니 역시 먹이는 많고 나
를 잡아먹는 천적은 없다. 그러나 땅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다리가 없는데 말이다.
본업과 전혀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는 블루오션은 거의 없다. 자기 자리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강화된 경쟁력을 새로운 시장에 접목하는 외연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3M’의 ‘포스트잇’,
비아그라, 보톡스 시장이 처음부터 블루오션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본업에 충실해서 열심히 하
다 보니 생겨난 부수입 같은 시장이었다. 블루오션을 찾고 싶으면 지금부터라도 힘이 들더라도 본업
의 레드오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CDMA를 해낸 것처럼 전기차도 해보자: 그렇게 들여다본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전기차다. 테슬라를 쳐다보기만 할 이유가 없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전기차를 만
들고 정부는 전기 충전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바로 지금 해야 한다. 협업은 이럴 때 효력이 발휘
되는 것이다. 이동통신에서 만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의 신화는 산업계와 정부의 협업으로 탄생
했다. 거기에 국민의 열광적인 지원이 함께했다. 자동차에서도 그때의 신바람을 다시 한 번 살려 합
심할 때가 오고 있다.
진짬뽕 vs. 신라면 블랙
2011년,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며 가격을 두 배가량 올린 ‘신라면 블랙’이 출시되었다. 라
면 시장의 25%를 점유한 ‘국민라면’이 빨간색이건 검은색이건 간에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고 국민적
분노를 샀다.
‘신라면 블랙’이 비싸게 느껴진다면 그냥 신라면이나 다른 회사의 라면을 먹으면 된다. 다른 라면도
많은데 굳이 그것을 먹을 필요는 없다. 독점 상품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국민은 ‘신라면 블랙’이
출시되자 분노했다. 국민적 조사가 뒤따랐다. 설렁탕의 영양을 담았다고 했지만 라면 스프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들어갈 순 없었다. 이렇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신라면 블랙은 그렇게 해서 결국
실패한 라면이 되었다. 그 사태로 인해 프리미엄 라면은 나오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우
리에게는 쉽게 잊어버리는 DNA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1년 후 여전히 두 배가량 비싼 신라면 블랙
이 시장에 다시 출시되었고, 이제는 프리미엄 라면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부등식 - 가치(value) > 가격(price) > 원가(cost):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은 윤석철
교수는 생존부등식에서 ‘신라면’을 예로 들었다. 라면의 조상인 국수의 종주국은 중국이고, 라면은 일
본에서 만들어진 식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지라면은 우리나라 신라면이 세계 1등이다. 신라면
은 가치보다 가격이 싸다. 라면 한 끼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3,000원 정도 한다. 김밥
한 줄 가격이 2,000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라면의 가격은 1,000원 정도다. 시장에서 팔리
는 핵심 요인이다. 신라면 블랙은 영양을 더하고,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원가가 더 투입되었으니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신라면 블랙의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를 때 그 가치는 살짝 올라간 것이
다. 만일 신라면 블랙의 가치가 5,000원쯤 되었다면 가격이 2,000원이 되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라면의 가치는 레드이든 블랙이든 3,000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포장을 바꿔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2015년 11월에 ‘진짬뽕’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출시 몇 개월
만에 라면 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럴 수가! 고가 정책도 먹힌 것이다.
진짬뽕은 라면이 아니라 짬뽕으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이다. 굵어진 면발, 짬뽕의 풍미 등 품질은 각자
생각하기 바란다. 기본적으로 짬뽕의 가치는 라면보다 좀 더 위에 있다. 어느 곳에서나 짬뽕은 라면
보다 비싸다. 윤석철 교수의 생존부등식에 의하면 적정한 가격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라면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하얀 라면 ‘꼬꼬면’은 잠깐의 유행에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새로운 가치를 만든 진짬뽕은 시장에서의 인기가 길게 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의 1등 라면
과 달리 프리미엄 라면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라면의 스프를 아무리 고급스럽게 만들어도 고객의
머릿속에 라면은 그저 라면일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3장 - 첫걸음을 인정해야 내디딜 수 있다
고속버스와 정속 주행
고속버스에서 과속 운행을 하는 차량은 두 부류다. 바쁜 운전자와 나쁜 운전자다. 고속버스는 바쁜
운전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고속버스의 과속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심야 고속버스를 타면 가끔 당황스러운 때가 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일찍 도착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심야 고속버스를 탈 때는 도착 시간을 대개
첫 버스나 지하철이 다닐 시간에 맞추는 등 다음 이동 계획을 미리 세운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서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을 했는데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면 어떻게 될까? 춥거나 덥거나 혹은 아직
청소하지 않은 깨끗하지 못한 터미널에서 속절없이 대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고속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물론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쉴 수 있
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승객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을 안고 과속으로 달
려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하나 더 있다. 경제속도보다 빠르게 달렸으니 연료도 더 소비
했을 것이다.
고속버스 회사가 과속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둘째는 연료
비가 증가한다. 고속버스 회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먼저 금지 규정을 두기 시작한다. 말
로는 안 되니까 규정 속도를 초과하면 경고음이 울리게 하기도 한다. 승객의 불안과 짜증을 부르는
과속 경고음 말이다. 최종적으로는 규정 속도 이상 가속이 안 되도록 장치를 붙이는 생각도 한다. 하
지만 이런 금지 유형(네거티브)의 조항은 효과가 별로 없다. 기사와 승객 모두가 빨리 가고자 하는 데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기사의 실질 이득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만든다: 과속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정책에 대한
기사의 자발적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 찾아내야 한다. 회사에서 기사별 연료비를 추적해 보았다. 연
간 평균 800만 원의 연료비를 썼다. 정속 주행과 경제속도로 운행했을 때는 600만 원으로 줄었다.
200만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회사는 200만 원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안전운
행의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버스회사는 기존의 네거티브에서 상금을 주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
한다. 절감액의 절반을 기사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사는 연간 100여만 원의 부수적인 수입이
발생하고 안전운행은 뒤따라오게 되었다. 이 제도가 고속버스 과속이 줄어든 이유다. 스스로 걷는 첫
걸음이 있어야 두 번째 발걸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리점 vs. 편의점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 파일이 인터넷
에 공개되면서 이른바 대리점을 향한 ‘갑질’ 논란이 제기되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했던 갑질을 편
의점에는 할 수가 없다.
이 일이 영업사원에게는 그가 팔아야 할 물량을 대리점에 넘기는 자연스러운 업무였다. 영업사원과
대리점은 협업 관계였으며, 지금까지 문제없던 관행이었다. 평상시처럼 대리점주가 물량을 안 받으니
폭발한 것이다. 전적으로 영업사원의 시각이다. 남양유업뿐 아니라 LG생활건강과 같이 편의점에서 생
활용품을 파는 업종은 ‘창고’ 측면에서 다음의 두 가지 속성을 가진다. 나의 창고에 보관한다. 아니
면, 너의 창고에 보관한다. 대리점 담당 영업사원은 ‘너의 창고(대리점 창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택
한다. 월말이 되면 할당된 물량을 대리점 창고로 이동시키고 매출전표를 발행하면 그뿐이다. 샴푸나
비누 등은 그나마 유통기한이 없으므로 대리점 창고에 가득 채우고 나머지는 길가에 내려놓고 가면
그만이다. 극단적으로 갑질을 하는 경우 직원은 한 달에 이틀 정도만 일하면 된다. 하지만 남양유업
은 유통기한이 있어서 못 팔면 대리점주가 즉각 손해를 감수해야 하니 큰 문제가 된다.
편의점에서는 한 개씩 주문해도 영업사원은 할 말이 없다: 편의점은 ‘너의 창고’에 보관하는 정책이
다. 여기서 ‘너의 창고’는 남양유업과 LG생활건강의 창고이다. 전산화된 편의점은 하나 팔릴 때 하나
를 주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편의점 담당 영업사원은 한 달 내내 일할 수밖에 없다. ‘토요타자동
차’의 JIT(Just In Time,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생산되는 시스템)처럼 거창한 이름은 안 붙여
도 하나 팔면 하나 주문하는 ‘즉시 체계’다.
편의점과 생활용품의 협업 체계가 먹을거리에서 빛을 내고 있다: 요즘 편의점에 가보면 이틀이면 폐
기해야 할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협업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현상이다.
편의점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클럽 주변의 편의점에서는 가방과 옷을 보관
해 주는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한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노인을 위해 도시락 배달뿐만 아니라 건
강관리까지 한다.
4장 - 버릴 것을 버려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
방전 vs. 충전
중견기업 B사의 사장은 직원의 휴가가 걱정이다. 법대로 모두 쓰면 사실상 한 달 정도가 휴무일이 되
므로 인건비가 8%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휴가를 잘 보내 주는 좋은 사장이라는 소리
는 듣고 싶은데 말이다.
휴대용 기기가 늘어나면서 충전이 일상화되었다. 스마트폰, 태블릿,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 없이 편리
하게 충전하는 방법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충전을 빨리하는 방법만 생각할 것이다. 충
전을 빨리하려면 방전 속도도 높여야 한다. 방전이 빨리 되는 만큼 기기에 전력을 많이 줄 수 있고,
출력도 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전이 빨라야 속도가 올라간다: 전기차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전기를 많이 써야 한다. 이는
방전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출력이 높아짐에 따라 속도도 올라간다. 요즘
많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배터리를 생각해 보자. 우선 배터리에 충전을 해야 한다. 충전 속도가 빠
르다고 가정해 보자. 배터리로 다시 스마트폰을 충전해야 하는데 배터리 방전이 빠르지 않으면 충전
을 빨리할 수 없다. 결국 휴대용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기능이 모두 좋아야 한다. 방전이 잘되어야
충전도 잘된다.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처럼 일하고 난 후에는 잘 쉬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잘 쉬어야 한다. 쉬는 속도만큼 일할 수 있는 속도도 빨라지니까 말이다.
경쟁 vs. 협동
아이를 둘 이상 낳는 가정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우리가
겪은 치열한 경쟁에서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만 하는 세상이다.
1등이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외치는 개그맨이 있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씁쓸하
지 않을 수 없다. 1등만 기억한다는 광고도 있었다. 1등을 위한 경쟁!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을까?
경쟁은 분명 효율적인 체제다. 개인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문학을 하거나
고시에 도전하는 등 철저히 개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지는 것 같
다. 노벨상 중 과학 분야는 2인 공동수상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이란, 협동을 전제
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지극히 개인적인 분야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나 홀로 1등이 될 수 있을까?: 한 분야를 깊게 판 두 사람이 만나 협동하면 좋
은 결과가 나오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른바 통섭이다. 통섭은 사물에 널리 통하고, 서로 사귀어
오고 감이 있다는 뜻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그룹 내에서는 협동하고, 다른 그룹
과는 경쟁하는 구도가 되어야 한다. 마치 축구에서 하나의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지
만 다른 포지션과의 협동은 필수인 것과 같다.
나가서 어울려야 이길 수 있다: 형제자매라고 해 봐야 하나만 있거나 그마저 없는 요즘 아이들이 살
벌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부모들도 자녀가 좀 더 나은 대접을 받기만
을 원하지, 더불어 잘 사는 협동심을 기르는 데는 무관심한 편이다. 더욱이 요즘은 혼자 놀 수밖에
없는 환경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 옆에서 여럿이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도 찾아보기 힘
들다. 아니, 아예 없다. 심심해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옆집의 친구를 찾기보다는 컴퓨터를 켜거
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훨씬 쉽고 흥미로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가 협동을 잘
하는 인물로 성장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자녀를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이유다. 협
동, 즉 협업을 잘하는 아이가 성공할 수 있다.
5장 - 지킬 것은 지켜야 흔들리지 않는다
악독한 상사 vs. 편안한 상사
성공학에서는 인정해 주고 격려하고 배려심 있는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나를
편하게 해주는 상사가 승진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부하 직원의 퇴사율이 높은 악독한
상사가 승진한다.
성공적인 팀은 대체로 상호 신뢰와 심리적 안정이 있다. 승진을 거듭해 임원까지 되고 경영진급에 올
라간 이들은 성공적인 팀을 이끌었을 테니 그 아래에 있던 팀원들은 상호 신뢰와 심리적 안정이 있어
야 마땅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악독한 상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사장에게 어떤 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A상무와 B상
무를 보자. A상무는 사장의 이번 지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팀원들에게 설명한다. 이어서 목표와 역
할, 실행 계획을 설정한다. 이때 팀원과의 상호 신뢰 아래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생기도록 한다. 아
름다운 모습이다. 다만 사장은 좀 기다려야 할 것이다.
B상무는 배경 설명이 없다. 사장의 지시를 받자마자 즉시 팀원들을 불러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다. 내
일 아침에 보자고 한다. 팀원들과의 상호 신뢰는 물론 그들의 심리적 안정도 고려하지 않는다. 당연
히 팀원들은 오늘 저녁 중요한 개인 약속이 모두 날아간다.
내일 아침에 보자는 사장 지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A상무는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면서 며칠 후 보
고를 하고, B상무는 성공적이지 못한 팀을 이끌면서 다음 날 보고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B상
무가 전무로 승진하게 된다. B상무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사장의 지시를 정확하게 파악
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는 팀원들에게 적절하게 임무를 배분하고, 그 결과를 잘 정리해서 보고서
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팀원의 사생활과 같은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B상무가 전무가 되는
사이에 달라진 것이라곤 팀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팀원들의 마음에는 ‘내가 B상
무에게 그런 소리를 듣느니 해주고 만다’라는 체념 아닌 체념까지 생겨났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조직문화가 빡빡한 경우에 A상무보다 B상무를 경험한 팀원이 많을 것이
다. 20세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악독해도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장이 빠르게 일 잘하는 B상무를 전
무로 승진시키는 사이에 회사의 조직 문화는 피폐해지고, 부서를 넘은 협업은 사라지게 된다. B상무
의 동료들이 그를 지원할수록 그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하지만 B상무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사항
을 지켜야 길게 갈 수 있다. 즉, 예측할 수 있고 일관성이 있어야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상사가 끼어들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쓰라린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상사가 갑자기 방향을 틀지
만 않는다면 까짓것 퇴근이 늦어져도 해낼 수 있다. 아무리 악독한 B상무라도 사장에게 내일 아침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을 팀원들과 공감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일한다고 느끼게 하면 팀원들은 모시기
어렵고 일을 많이 해야 하지만 리더로 인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도 에너지를 쏟게 하
려면 상호 신뢰와 심리적 안정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큰 품질 vs. 작은 품질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어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취
업 준비생인 A씨는 S사와 T사를 비교하고 있다. 어디든 장단점이 있지만 어디를 선택해도 후회가 될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
대학의 신입생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입학 정원보다 입학생이 적어지는 인구 추세가 현실화되
고 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 사립대학인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도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최고는 최고라고 외치지 않는다: 최상위권 대학은 홍보가 필요 없다. 최상위권 학생이 입학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하위권 대학의 홍보에 있다. 많은 대학이 홍보를 위해
‘세계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작은 지역의 국립대학에서 세계 100대 대학을 지향하는 학교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런 홍보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우리나라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와 한국과
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세계 100대 대학에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다. 작은
지역의 국립대학에서 세계 100대를 운운한들 입시생과 학부모의 감흥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
만족도는 작은 행복에서 나온다: 세계 100위권에 들어가는 학교라는 것은 엄청 큰 장점(Big Quality;
BQ)이다. 각종 고시 합격 1위, 입학생 수능 평균 1%, 대기업 정규직 취업률 1위 같은 요소들이 BQ
가 될 수 있다. 그런데 BQ가 높은 대학이라고 해서 작은 장점(Small Quality; SQ)까지 높은 것은 아
니다. 실제로 서울대의 SQ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Q는 학교 수요자에게 작은 만족을
주는 여러 가지 요소인데, 취업을 위한 각종 지원 제도, 어학교육 수월성, 통학 편의성, 커리큘럼, 교
직원의 친절성 등이 오히려 학생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를 말하기보다는 재학 중인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여러 요소를 지표로 삼아 평가하고 부
족한 것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SQ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학교 개혁에 나선 영남이공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의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학교 학생의 중도 포기율이 얼마
인지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이다.
6장 - 더하기를 넘어서 곱하기로 도약한다
더하기 vs. 곱하기
관련 부서와 협력해 시너지를 내라고 한다. 1+1로 3을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1+1로 2는커녕 1.5가
되기 일쑤다. 3+3=6을 넘어 3×3=9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시너지는 협업효과에서 협업비용을 빼야
하고, 많은 경우 협업비용이 더 클 때가 많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발표가 ‘두 회사의 합병으로 둘 다 망하는 길로 갑니
다’라고 해석될 때가 많다. 온오프라인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라는 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업이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 전망이 되곤 한다. 시너지는
나누어져 있는 상태로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서로 적응하고,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잘 거쳤을 때에만
그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2개의 집단이나 개인이 하나의 목표로 포장된 2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
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간과하기 쉽다. 동반 상승을 원했으나 동반 하락이 된 것은 시너지를 내기 위
한 협업비용이 협업효과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시너지 = 한쪽의 성과 + 다른 한쪽의 성과 + α(협업효과) - β(협업비용): 더하기를 잘하면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3+3은 6일 뿐이다. 시너지는 3×3과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협업효과가 더해져서 9가 될 수 있다. 협업효과(α)가 나오려면 각자의 역할을 더해야 한다. 즉, 1보
다 큰 성과를 내야 곱하기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협업을 핑계로 조직의 그늘에 숨거나 타 부
서에 업무를 전가하는 등 1보다 못한 성과를 내면 협업비용(β)이 발생하게 된다. 0.9×0.9는 1에 못
미치는 0.81이 되기 때문이다.
이웃인 일본은 개개인은 보통인데 팀으로 묶으면 최고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반면에 우리나라
는 개개인으로는 최고지만 팀으로 묶으면 수준 이하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 명이 부정적인 역
할로 마이너스 효과를 내면 곱하기 결과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곱하기는 단순히 더하는 것을 넘
어 훨씬 더 정밀하게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할 이유가 된다.
이스라엘 군대 vs. 한국 군대
그저 한 사람의 사병이었지만 복무 기간 동안 누구한테도 거수경례를 해본 적이 없다. 이스라엘 군인
은 계급장이 아닌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따라 역할이 결정된다.
이스라엘 군대에서 명령을 전달하고 따른다는 의미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사람들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나이와 계층 간의 갈등이 초래하는 계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렇게 서열과 상하 관계를 최소화하는 비계급주의 시스템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 군대에서
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군대만 해도 대위들과 함께 있을 때 소령이 들어오면 모든 대위가 경직되
고, 그 후 대령이 들어오면 소령 또한 긴장한다. 우리나라는 상위 계급자가 생활관에 들어오면 경직
되는 정도가 아니다. ‘동작 그만!’이다.
심지어 이스라엘에서는 사병이 장교를 내쫓는 투표를 한다. 당사자에게 가서 당신의 능력이 부족하니
우리를 지휘할 수 없다고 한다. 존칭이 없으니 이름을 부르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의 상관에게 가서
그는 경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계급보다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관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물론 우
리나라 관념에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나 상위 계급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될 만한 자
질과 능력이 있는 경우가 더욱 많다. 계급장을 떼고 모여도 팀워크가 작동하고, 계급이 아니라 그의
자질과 능력을 인정하고 믿고 따르는 상황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